본격 도입 4년... 올해 판매량 30조 예상
지자체는 선호하지만 "효과 없다" 분석도
건전성 중시하는 새 정부서 축소 가능성
세금으로 퍼주는 눈 먼 돈이냐, 지역상권을 살리는 경제 활성화 사업이냐.
시행 효과를 놓고 논란이 일던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이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운명의 기로에 섰다. 지역화폐 사업을 ‘현금살포’라 강하게 비판했던 추경호 의원이 새 정부 경제사령탑에 앉게 되면, 지역화폐 사업이 축소 내지 구조조정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거의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 도입
이용액의 10%를 돌려받거나 추가로 충전해 주는 지역화폐는 각 지자체의 최고 인기 사업으로, 발행량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1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월 말까지 231개 지자체에서 4조9,083억 원어치의 지역화폐가 판매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성장한 것”이라며 “올해 전체 판매액도 전년보다 30% 늘어난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에선 치솟는 지역화폐 인기에 관련 예산이 조기 소진되자 1인당 충전 한도를 축소하는가 하면, 자체 예산을 투입해 추가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강원 화천군이 1996년 처음 도입한 지역화폐는 오랜 기간 지지부진하다가 2018년부터 도입하는 지방자치단체가 급증하며, 올해는 강원의 3개 기초지자체, 경남의 1개를 제외한 전국으로 확산됐다.
발행 규모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8년 3,700억 원 수준이던 판매 실적은 이듬해 3.2조 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2020년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지역경제 살리기 수단으로 인기를 끌며 13조3,000억 원으로 폭증했다. 지난해에도 1년 만에 10조 원 늘어난 23조6,000억 원어치가 팔렸다.
지난해 3,000억 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판매한 세종시의 관계자는 “지역화폐 도입 뒤 대형마트, 온라인에서 일어나던 소비 중 28.7%(결제액 기준)가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갔다”며 “지역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있는 만큼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측은 "정부가 관련 예산을 늘리면 좋겠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지역화폐 비판한 추경호가 경제사령탑
그러나 지역화폐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음에도, 여전히 지역화폐가 지역경제에 거의 도움을 주지는 못한 채 세금만 축내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20년 분석에서 지역경제를 살리기는커녕 연간 수천억 원의 손실을 발생시킨다는 분석을 냈다. 특정 지역이나 특정 상인에 소비를 집중시켜 효과는 적은데, 발행 비용이나 보조금 지급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얘기다. 당시 조세연 연구에 참여했던 송경호 팀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후 새로운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시 연구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만 제기되었던 '지역화폐 무용론'은 최근 윤석열 당선인의 1차 조각 발표와 함께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공산이 커졌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되며 새 정부 곳간 열쇠를 쥐게 된 추경호 의원은 지역화폐를 매우 부정적으로 보는 쪽에 서 있다. 그는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지역화폐를 “국책연구기관(조세연)마저 경제 효과가 없다고 진단한 현금살포성 재정 중독사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때문에 추 의원이 이끄는 기재부가 앞장서 지역화폐 사업을 구조조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역화폐에는 할인금액(10%)과 인쇄·발급·배달비 등에 정부 지원이 들어간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사용을 사실상 장려했지만, 윤석열 정부 경제팀에는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관료들이 많아 불요불급한 재정 사업을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추가경정예산 재원 마련을 위한 예산 구조조정에서 지역화폐 예산이 줄어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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