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대표들로 구성된 사법행정자문기구인 전국법관대표회의의 11일 정기회의에서 법관 인사 편향 논란이 제기됐다. 올해 초 법관 인사에서 2년 관행을 깨고 일부 법원장이 3년 재임했다거나 지방법원 지원장 직후 드물게 서울중앙지법에 배치된 사례가 문제가 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장 추천제 확대를 공언했는데 최근 사직한 인천지법원장 후임 인사에 이를 활용하지 않은 것도 문제 삼았다. 이런 사례가 김 대법원장과 같은 연구회 출신 등을 우대한 '코드 인사' 아니냐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인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 초 인사에서 주요 법원장에 진보 성향 법관이 발탁되고 대체로 보수적인 고법 부장판사 중 일선 법원장 승진이 한 명도 없자 문제라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해는 조국 전 장관 사건이나 사법농단 담당 판사가 '한 법원 3년, 재판부 2년' 근무 원칙에서 벗어나 3, 4년째 재판 맡는 것이 도마에 올랐다. 오죽했으면 법관대표회의에서 "인사 원칙과 기준은 준수돼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이번 사안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지원장 임기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3년 이상 맡는 경우가 이례적이지 않다고 해명한다. 인천지법원장도 임기를 남겨둔 상태에서의 사직이어서 후임 추천 절차를 진행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이렇게 모호한 사후 인사 기준 설명만으로는 코드 인사 의심을 풀기 불충분하다.
지난 정권에서 초유의 사법농단 사태를 겪은 사법부는 신뢰와 명예 회복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낡은 관행과 권위적 법원 질서의 결과물이라고 할 이런 불상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와 다른 차원의 구조 개혁과 인사가 불가피할 수 있다. 다만 그런 개혁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사법행정제도 정착과 법관 독립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는 법관대표회의에서 나온 지적을 김 대법원장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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