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7, 8년치 증설 이뤄져"
공급과잉에 따른 업황 고점 우려 제기

LG화학 여수공장 전경. LG화학 제공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석유화학 업계가 올해는 원자잿값 폭등, 공급 과잉, 수요 감소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실적 부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거란 암울한 전망에 증권사들은 석유화학 기업들의 목표주가도 큰 폭으로 낮춰 잡고 있다.
어닝쇼크 전망에 목표주가 줄하향
11일 증권가에 따르면 1분기(1~3월) LG화학의 영업이익 전망치(컴퍼니가이드 집계)는 8,620억 원이다. 지난해 1분기보다 38% 줄어들 걸로 예상한 것이다.
증권가에선 롯데케미칼(-81%), 금호석유화학(-33%), 한화솔루션(-44%) 등 다른 석유화학 기업들도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대폭 줄어들 걸로 예상한다. 최근 들어 이들 회사의 실적 전망치가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1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울산석유화학단지 전경. 울산시 제공
극심한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LG화학(-16%), 롯데케미칼(-8%), 금호석유화학(-15%) 등 석유화학사들의 목표주가도 크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같이 불안한 현실은 연초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코로나19 3년차를 맞아 각국 정부의 대대적인 경기부양 정책 덕을 볼 거란 전망이 컸다. 경기가 활기를 띠면 에틸렌과 같은 석유화학제품을 원료로 삼는 플라스틱, 고무 등 각종 산업자재 수요도 덩달아 늘기 때문이다.
공급과잉에 업황 정점 우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란 예상치 못한 돌발 악재가 터지면서 석유화학 업계는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분위기다. 유가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지난해보다 배 이상 커진 상황에서 최근엔 공급과잉에 따른 업황 '고점'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한화토탈 홈페이지 캡처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석유화학 제품의 가장 기초 원료라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의 2020~2022년 글로벌 증설량은 연평균 3,581만 톤이다. 2017~2019년(연평균 1,932만 톤)보다 85% 급증했다.
특히 최근 3년 동안 나프타분해공정(NCC) 위주로 증설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NCC 공정은 원유에서 추출된 나프타를 원료로 삼는 공정인데, 나프타에서 에틸렌을 비롯해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4, 5개의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를 동시에 뽑아내는 게 특징이다. 결국 NCC 공정 위주로 증설이 이뤄져 에틸렌뿐 아니라 전 제품의 공급량이 배 이상 늘어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3년 동안 7, 8년치의 증설이 이뤄져 업황의 정점 우려가 커졌다"고 짚었다.

10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가계의 소비여력도 줄어들고 있다. 이는 석유화학 제품을 원료로 삼는 플라스틱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연합뉴스
업계의 더 큰 우려는 제품 수요 감소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고물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를 비롯해 필수재인 식품 가격까지 오르면서 가계의 소비여력도 줄고 있다. 이는 각종 플라스틱 제품의 수요 감소로 이어져 석유화학 업계에는 치명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좋을 걸로 보고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증설을 추진한 터라 난감한 상황"이라며 "다만 석유화학 사업 외 첨단소재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덕에 어느 정도 실적을 만회할 수 있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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