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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격돌장 된 솔로몬제도

입력
2022.04.10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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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019년 10월 마나세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인민대회장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의 안내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2019년 10월 마나세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인민대회장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의 안내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인구 70만의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는 태평양 전쟁의 격전지였다. 미국은 진주만 공습을 당한 이후 미드웨이 해전에 이어 솔로몬제도의 과달카날섬 전투에서 일본에 승리해 태평양의 제해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 2차 대전 이후 남태평양의 천국 중 하나였던 솔로몬제도가 국제적 관심사가 된 것은 중국의 부상과 맞물려 있다. 2019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는 친중 행보가 이번엔 안보협정 체결로 이어지고 있다.

□ 최종 서명 절차만 남은 중국과 솔로몬제도의 안보협정은 중국 군함의 파견과 보급을 허용하고 있다. 자국민 보호, 인도주의적 위기 때로 국한된 것이긴 하나 중국이 이런 명분을 찾는 게 어렵지는 않다. 솔로몬제도에선 작년 말 친대만의 말라이타섬, 친중국의 과달카날섬 주민 갈등이 폭동과 약탈로 번져 호주와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에서 평화유지군을 보내야 했다. 중국 군대마저 파견되면 솔로몬제도는 강대국 경쟁의 격돌장이 될 수밖에 없다.

□ 깜짝 놀란 백악관은 ‘아시아 차르’인 커트 캠벨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보내 중국과의 안보협정을 만류할 예정이다. 솔로몬제도는 미국의 군사거점인 괌의 뒤쪽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호주와는 2,000여㎞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중국이 호주 미국 영국 3국의 대중국 포위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CUS)에 구멍을 낼 수 있는 전략적 위치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보다 예민한 곳은 한국처럼 안미경중(安美經中) 상황에서 최근 안보를 우선시 하며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호주다. 정보책임자 2명을 현지에 긴급 파견해 우려를 전달하자 마나세 소가바레 총리는 군사기지 허용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 중국 인민해방군이 태평양에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은 미국이 가장 꺼리는 사태다. 하지만 미국이 남중국해, 대만해협 문제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은 태평양 섬나라들을 하나둘 경쟁 무대로 끌어내고 있다. 최근 해수면 상승으로 존립 자체가 위기에 처한 인구 12만의 섬나라 키리바시 역시 중국의 집중 구애를 받고 있다. 중국은 이곳에서 3,000㎞ 거리의 하와이를 겨눌 수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 호주 일본의 영향력이 큰 태평양에도 돈의 힘을 앞세운 중국 파고가 밀려들고 있다.

이태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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