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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애관극장, 우리 손으로 회생"... 지역사회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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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애관극장, 우리 손으로 회생"... 지역사회 뭉쳤다

입력
2022.04.1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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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년 된 문화시설, 경영난에 폐관 위기
시민들 자발적 바자 열어 매입기금 마련
"건축 가치 없다" 인천시 매입 계획 표류

10일 오후 인천 중구 애관극장 내 전시공간에서 열린 바자회에서 시민들이 기부 물품을 둘러보고 있다. 바자회 수익금은 전액 애관극장 공공매입을 위한 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환직 기자

10일 오후 인천 중구 애관극장 내 전시공간에서 열린 바자회에서 시민들이 기부 물품을 둘러보고 있다. 바자회 수익금은 전액 애관극장 공공매입을 위한 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환직 기자

10일 인천 중구 개항로 애관극장 내 전시공간에 모처럼 사람들이 가득 들어찼다. 시민들은 옷걸이에 걸린 여성의류를 걸쳐보거나 바구니에 담긴 다육식물 화분을 구경했다. 고려인 황아리나씨가 만든 사과파이, 봄을 알리는 노란 프리지어, 중고 의류, 컴팩트 디스크(CD) 앨범 등을 구입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날 애관극장에선 특별한 바자회가 열렸다. 127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진 이 극장이 조만간 사라질 수 있다는 소식에, 극장을 살리기 위해 힘을 보태려는 이들이 바자회에 한데 모였다. 이날 행사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예정보다 1시간 이른 오후 5시에 끝났다. 바자회 수익금은 전액 애관극장 공공 매입을 위한 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애관극장 살리자" 한데 뭉친 지역사회

바자회를 연 단체는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애사모)'이다. 애사모에서 활동하는 민운기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간사는 "개막식과 공연이 열린 어제(9일) 하루 300여 명이 왔다"며 "오늘도 많은 시민들이 찾아주셨다"고 말했다. 바자회를 찾은 시민 최모(42)씨는 "극장과 가까운 동네 곳에 사는데, (바자회 수익금이) 극장을 지키는 일에 쓰인다고 해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내서 왔다"고 말했다.

애관극장 살리기에는 시민단체뿐 아니라 지역 내 여러 단체, 소상공인, 예술인들도 함께 했다. 문화단체 서해문화에서 바자회를 위해 여성의류 300벌을 내놓았고, 여러 단체와 개인들이 바자회에 물품을 기부했다고 한다. 바자회에선 예술품 즉석 경매 등도 진행됐다.

1895년 협률사(協律舍)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애관극장은 1980년대 단관 극장임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관람객 60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1997년 외환 위기와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 등장으로 위기를 맞았고, 근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급성장으로 폐관 위기를 맞이했다. 애관극장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27년의 역사, 경영난으로 끝맺을까

애관극장이 한 건설사에 팔릴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던 2018년, 애관극장의 미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인 애사모가 결성됐다. 애사모는 "인천시가 문화적 가치가 있는 애관극장을 사들여 공적인 문화시설로 운영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인천시는 공공매입을 위해 감정평가를 실시, 애관극장이 약 70억 원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 결과를 얻었고, 극장주 탁경란 대표도 감정평가 금액으로 매각하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문화계 일부에서 매입 신중론이 제기되고, 애관극장의 건축적 가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학술 용역 결과가 나오면서 시 차원의 공공 매입은 중단된 상태다.

애사모 회원인 이희환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다행히 애관극장 매입에 소극적이었던 인천시가 지역 영상문화산업 발전을 위해 애관극장을 활용하기로 약속한 상태"라며 "인천시교육청도 이번 바자회를 계기로 애관극장을 학생교육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인천 중구 애관극장 내 전시공간에서 열린 바자회에서 시민들이 기부 물품을 둘러보고 있다. 바자회 수익금은 전액 애관극장 공공매입을 위한 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환직 기자

10일 오후 인천 중구 애관극장 내 전시공간에서 열린 바자회에서 시민들이 기부 물품을 둘러보고 있다. 바자회 수익금은 전액 애관극장 공공매입을 위한 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환직 기자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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