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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에 몰려든 외국 화랑... 필립 파레노·자오자오 첫 개인전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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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에 몰려든 외국 화랑... 필립 파레노·자오자오 첫 개인전도 주목

입력
2022.04.12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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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드스톤 서울의 개관전은 필립 파레노의 국내 첫 개인전 '광물의 변이'다. 전시장 전경. 글래드스톤 서울 제공

글래드스톤 서울의 개관전은 필립 파레노의 국내 첫 개인전 '광물의 변이'다. 전시장 전경. 글래드스톤 서울 제공

국내 미술 시장이 호황을 이루자 외국 화랑의 서울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알렉스 카츠, 우고 론디노네 등의 전속화랑으로 유명한 글래드스톤 갤러리와 아시아 최대 화랑인 중국계 탕 컨템포러리 아트가 최근 한 달 새 서울 청담동에 자리 잡았다. 개관전 역시 관심을 끈다. 이들의 선택은 동시대가 주목하는 현대 작가 필립 파레노와 자오자오다.

필립 파레노의 대표작인 'Marquee'. 글래드스톤 서울 제공

필립 파레노의 대표작인 'Marquee'. 글래드스톤 서울 제공


평소 작업과 달리 투명한 우라늄 글라스로 만든 필립 파레노의 'AC/DC Snakes'. 글래드스톤 서울 제공

평소 작업과 달리 투명한 우라늄 글라스로 만든 필립 파레노의 'AC/DC Snakes'. 글래드스톤 서울 제공


공간에 생명 불어넣는 설치 예술가 필립 파레노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글래드스톤 갤러리의 아시아 첫 지점인 글래드스톤 서울은 개관전으로 지난 6일부터 세계적 설치 작가 필립 파레노의 개인전 '광물적 변이'를 열고 있다. 전시는 1990년대 지어진 건물을 그대로 둔 채 재단장한 글래드스톤 서울의 공간적 특성과도 직접 닿아 있다. 그의 기존 작업들을 변형해 재구성하면서다. 말 그대로 광물적 변이가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그의 대표작 'Marquee(마키·극장 입구 위에 쳐 있는 차양)'의 경우 과거엔 아크릴 글라스로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모래, 석회석, 탄산나트륨이 결합된 유리로 제작했다. 마키를 벽에 걸어 지탱하고 있는 사슬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부터 선보인 'AC/DC Snakes'도 그간 불투명한 재질의 어댑터, 플러그, 야간 조명을 소재로 작업했다면 이번에는 투명한 우라늄 글라스로 만들었다. 전류가 흐르는 것도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다.

공간 내 바닥, 천장, 모퉁이까지 눈길이 가도록 한 것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입구의 문에는 화산암과 흑요석으로 만든 손잡이 형태 문고리 5개가 배치돼 있다. 시선은 곧 벽면을 따라 낮은 위치의 콘센트에 꽂힌 채 빛을 발하고 있는 'AC/DC Snakes'에 머물게 된다. 지하 1층 전시장 바닥에는 실제 쌓인 눈 위에 난 발자국 모양의 작품이 있다. 필립 파레노는 "쌓인 눈에도 층이 있듯 유리가루를 유리 위에 붙인 다음 한 겹을 더 올려 쌓았다"고 설명했다.


사흘 만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녹아 내린 'Iceman in Reality Park'. 권영은 기자·글래드스톤 서울 제공

사흘 만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녹아 내린 'Iceman in Reality Park'. 권영은 기자·글래드스톤 서울 제공

가장 흥미로운 작품은 서서히 녹아내리는 눈사람 모양의 얼음 작품 ‘Iceman in Reality Park’다. 갤러리 주변에서 공수해온 맨홀 뚜껑 위에 자리 잡고 있는 눈사람은 실제로 사흘 정도면 다 녹아내린다. 녹으면서 작가가 조향한 지오스민 향을 은은하게 뿜어낸다. 갤러리 측은 매번 새 눈사람으로 교체를 하는데, 온전한 모습의 눈사람을 보고 싶다면 수요일이나 토요일에 전시장을 찾으면 된다.

글래드스톤 서울의 운영을 총괄하는 박희진 디렉터는 "얼음이 녹으면서 물이 생기고, 냄새가 나듯 파레노의 작품에는 뭔가를 잃으면 다른 걸 얻고, 보이는 게 있으면 안 보이는 게 있다"며 "공간에서의 얻고 잃음과도 연결돼 개관 전시의 작가로 적격"이라고 했다. 전시는 5월 21일까지.


자오자오의 개인전 '평행지도'가 열리는 탕 컨템포러리 아트 전시장 전경. 탕 컨템포러리 아트 제공

자오자오의 개인전 '평행지도'가 열리는 탕 컨템포러리 아트 전시장 전경. 탕 컨템포러리 아트 제공


중국 반체제 작가 자오자오의 국내 첫 개인전

서울 청담동 송은아트센터 지하 2층에 둥지를 튼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스케일부터 남다르다. 150평 규모에 층고만 6, 7m에 달한다. 탕 컨템포러리 아트가 개관전으로 택한 작가는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자오자오다. 올 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중국 반체제 작가 아이웨이웨이의 제자로 '제2의 아이웨이웨이'로도 불린다. 2년 전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 협업한 6명의 현대미술가 중 한 명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자오자오의 대표작 'cotton'. 탕 컨템포러리 아트 제공

자오자오의 대표작 'cotton'. 탕 컨템포러리 아트 제공

지난달 12일부터 열리고 있는 자오자오의 개인전 '평행지도'는 인권 문제를 다룬 'cotton' 시리즈를 포함한 그의 대표작과 동영상 등 30여 점을 선보인다. 가로 3m, 세로 2m에 달하는 대작 'Constellations' 연작 등은 개방감이 돋보이는 전시 공간과 잘 어우러진다. 신작 'Spread'는 전 세계 목화솜의 20%를 생산하는 신장 지역에서 6년간 노역했던 작가의 경험이 담겨 있다. 목화솜을 딸 때 목줄기에 뜨겁게 내리쬐던 태양의 열기를 견디기 힘들었다는 작가는 그로 인한 고통을 말하기 위해 화면에 하얀 목화솜과 인두로 지져 태운 검은 목화솜을 배치했다. 흰색과 검은색의 추상적 형상은 의도치 않게 단색화 대가 윤형근의 검은색면 그림을 떠올리게 하면서 도리어 평안함을 준다.

자오자오의 작업은 회화부터, 자수, 영상, 조각 등 전방위를 넘나든다. 이번 전시 역시 한 사람의 개인전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한동민 탕 컨템포러리 아트 팀장은 "자오자오는 하나의 같은 방식으로 작업하지 않고, 메시지를 표현하기 좋은 방법으로 작업을 하는 작가"라며 "개념이 강한 작가라서 일반적으로 컬렉팅하긴 무리"라고 했다. 그럼에도 국내 컬렉터 사이에서는 작품이 없어서 못 구할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한국 진출을 계기로 더 많은 한국 작가를 발굴·지원할 예정이다. 서구권에 비해 덜 알려진 아시아의 좋은 작가를 소개하는 허브가 되는 게 목표다.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자오자오에 이어 중국 현대미술 1세대인 주진스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오는 16일까지 이어진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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