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게 허위는 아냐"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8년 9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비자금 의혹을 보도한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 출연진 등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졌다.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 강민구 정문경 이준현)는 8일 이 전 대통령이 MBC와 스트레이트 출연자인 주진우 기자와 배우 김의성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등 청구 소송에서 이 전 대통령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MBC 스트레이트는 2018년 11월 25일 '리밍보의 송금-MB 해외계좌 취재 중간보고' 편에서 이 전 대통령 최측근과 동명 이인인 A씨로부터 "'리밍보'(이명박의 중국식 발음)라는 인물이 내게 거액의 달러를 두 차례 송금하려 한 적이 있다"는 취지의 증언을 확보해 방송했다.
그러면서 달러 송금 시 은행은 수신인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이 전 대통령 측근에게 돈을 보내려던 과정에서 실수로 동명이인인 A씨에게 전화가 갔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이 담겨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번호 2개를 입수했다고도 보도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전면 부인하며 소송전에 나섰다.
주진우 기자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여배우 스캔들'과 관련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2018년 7월 2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경찰서로 들어가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심 법원은 스트레이트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지난해 9월 "보도 내용이 객관적 자료에 의해 진실한 것으로 최종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대한민국 및 미국의 국세청 분석 자료 등에 기초해 방송됐다"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사정이 허위성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보도는)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의혹 제기로 공익성이 인정되고 공직자 감시 또는 비판 행위가 언론의 본질적 역할"이라 부연했다. 이 전 대통령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 재판부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방송이)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방송의 전체 인상은 시청자도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 계좌가 존재하는지 등에 관해 객관적인 사실로 밝혀진 건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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