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체 즉각 중단하고 남북 협의 나서야"
13차례 이산상봉 장소... "남북 화해 상징"
정부가 8일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해금강호텔’을 해체 중인 북한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시설 철거 정황이 포착된 지 한 달 만에 나온 공식 입장이다. 해금강호텔은 이산가족 상봉장으로 자주 활용되는 등 남북 화해의 대명사 같은 곳이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북한의 해금강호텔 일방 해체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이를 즉각 중단하고 남북 협의에 나설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해금강호텔은 2000년 개장한 해상 시설물로 금강산관광 남측 사업자였던 현대아산 소유다. 정부는 지난달 초 북한의 호텔 철거 정황이 알려지자 사업자 측과 현지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지난주 초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충분한 설명과 협의를 요구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차 부대변인은 “호텔 일방 해체는 상대방 투자자 자산 보호라는 남북 당국의 합의는 물론 모든 사안을 서로 협의해서 해결해 온 사업자 간 신뢰에도 명백히 위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산상봉 '상징'... 김정은, 직접 철거 지시
정부가 해금강호텔 해체에 단호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이 시설에 담긴 남다른 의미 때문이다. 해금강호텔은 2000년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된 후 13차례 상봉 행사 장소로 쓰일 만큼, 남북 교류의 상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08년 7월 북한군 총격에 의한 남측 관광객 사망 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뒤로 남북관계는 얼어 붙었고, 호텔 역시 방치됐다.
해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10월 금강산 일대를 시찰하면서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라”며 ‘흉물’이 된 호텔 건물 철거를 명령했다. 북한은 그해 12월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2020년 2월까지 금강산 남측 시설물을 모두 철거하라고 요구했지만, 대면 협의가 필요하다는 정부 입장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에 대한 북측 우려로 남북 간 논의는 중단된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 민간 위성사진에 호텔 건물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있는 등 철거 작업이 상당히 진척된 모습이 찍혔다. 정부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남측 시설을 훼손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이날 공식 항의한 것이다. 남측 시설과 관련한 정부의 유감 표명은 2020년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폭파 후 처음이다. 정부는 당시 통일부 차관 명의 성명에서 “있어서는 안 될 행위로 깊은 유감을 표하고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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