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교촌 오픈 이후 첫 KLPGA 대회
KPGA 최경주인비테이셔널 세팅으로 난도 높아져
그린 안보이고 바위만 보이는 17번 홀, 최악 난이도
도전 실패 땐 깊은 벙커·긴 러프에 애먹기 일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이 열리는 페럼CC(파72·6628야드)는 'PGA 대회도 치를 수 있는 코스'를 지향한다. 2021시즌에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활동한 선수들이 꼽은 '최고의 코스'에 선정되기도 했다. 곳곳에 역전의 승부처가 있지만, 다른 골프장보다 긴 러프와 깊은 벙커는 도전에 실패한 자에게 혹독한 시련을 준다.
경기 여주시에 위치한 페럼CC는 세계적인 골프코스 디자인 회사 다이 디자인 그룹이 설계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KPGA 최경주인비테이셔널이 열렸는데 이 대회를 거치며 코스가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18개 홀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코스는 17번 홀(파4)로 꼽힌다. 신성관 페럼CC 고객서비스팀 팀장은 "'핸디캡 1번 홀'로 17번 홀을 많이 이야기한다. 점수가 뒤처지고 있다면 승부를 걸어야 하는 홀이지만 함정이 많아 샷이 정교하지 않으면 역효과가 난다"고 설명했다.
오르막인 17번 홀은 보통의 파4 홀과 비교해 전장이 길다. 여기에 코스 왼쪽에 '얼굴바위'라고 불리는 바위가 있는데 티박스에서 바라보면 페어웨이가 좁게 보이는 착시를 일으킨다. 공사 당시부터 있던 바위를 그대로 살려둔 것이 불러온 효과다. 언뜻 직선 코스 같지만 미묘한 도그렉 지형이어서 그린 조망도 어렵다. IP지점(중간 포인트)이 짧아서 공이 너무 제대로 맞으면 페어웨이를 벗어나고 조금이라도 우측으로 치면 코스를 벗어난다. 세컨샷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그린 후면이 좁은 데다 내리막이어서 정확하게 샷을 하지 못하면 공이 그린 밖으로 굴러간다.
2020 최경주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 선수들은 17번 홀에서 나흘 평균 4.48타를 적어냈다. 규정 타수보다 0.48타를 더 친 것이다. 2020 KPGA 대회를 통틀어 3번째 타수 난이도다. 2021년 대회에선 마지막 라운드 평균 타수가 4.30타였다. 당시 4라운드에 출전한 63명의 선수 가운데 17번 홀 버디를 기록한 건 김민수 이준석 조민규 등 3명에 불과했다. 11명이 보기를 범했고, 5명이 더블보기 이상을 범하며 무너졌다. 2020년 대회 17번 홀 1~3라운드에서 트리플보기 등을 범하며 6타를 잃었던 함정우는 2021년 대회에서 17번 홀 공략에 성공(버디 2개·파 2개)하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특히 페럼CC는 페어웨이를 벗어난 선수에게 혹독하다. 다른 골프장보다 경사가 가파른 벙커가 그린 주변에 많아 위압감을 준다. 빠지면 한 번에 나오기 힘든 곳이 많다. 신성관 팀장은 "최경주인비테이셔널을 준비하면서 일반 벙커를 리베티드 벙커로 변경했다"고 소개했다. 러프도 길다. 보통 골프장의 러프 길이가 40mm 정도지만 페럼CC 러프는 80~120mm(가을 기준)까지 올라온다. 아직 봄이어서 잔디가 많이 자라진 않았지만 그래도 다른 골프장보다 위험한 러프라는 점은 분명하다.
퍼팅도 쉽지 않다. 코스를 설계한 신시아 다이 맥그래이는 홀 곳곳에 착시효과 함정을 심어놨는데 이는 그린도 마찬가지다. 경사가 보이는 것과 다른 경우가 많아 확신에 찬 퍼팅이 애먼곳으로 굴러가며 선수들을 괴롭힌다. 2020~2021년 대회엔 3번 홀이 악명을 떨쳤다. 3번 홀의 평균 퍼트수는 2020년 1.87타, 2021년 1.78타로 양 대회 모두에서 가장 높았다.
2020년 코스 난도를 높인 뒤 아직 KLPGA 대회를 치러보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다. 2014년 개장한 페럼CC는 △2015년 이수그룹 챔피언십 △2018년 ADT캡스 챔피언십 △2019년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 등 세 차례 KLPGA 투어 대회가 열렸다. 하지만 당시보다 코스 난도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게 페럼CC의 설명이다. "PGA 투어 코스처럼 세팅해달라"는 호스트 최경주(52)의 요청에 따라 코스 곳곳의 세팅이 바뀌었다. 2020년에는 서코스 11번 홀과 13번 홀에 리베티드 벙커 6개가 추가됐고, 2021년에는 동코스 5, 6번 홀에 4개의 벙커를 다시 만들었다. 과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선수라도 다시 코스를 익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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