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최재관 2017년 ‘오직 한 사람’ 으로 인기몰이
KBS 노래경연 프로그램 '노래가 좋다'서 대상
비대면 공연 해보니 "관객 있는 공연 너무 그리워"
"'내가 사회에 해가 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어느덧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년 차다. 사회 전반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 가장 핵심은 '사람이 모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을 모아놓고 흥을 띄우던 이들도 자연스레 설자리를 잃었다. 대구를 대표하는 포크 가수 중의 한 명이자, KBS 노래경연 프로그램인 '노래가 좋다'에서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던 최재관(53)씨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17년 8월 타이틀곡 '오직 한 사람'이 실린 첫 앨범이 인기를 끌자 2020년에 본격적으로 2집 앨범을 준비하기 시작했지만 여태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최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음악생활을 이어오며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만큼 막막했던 적은 처음"이라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앨범을 발표하고 관객들과 호흡하고 싶다"고 말했다.
알바라도 하겠다던 '오직 한 사람'
왕년에 최씨의 별명은 '횟집 라이브 가수'였다. 결혼을 한 뒤 음악 활동만으로는 생활이 힘들어지자 2006년에 부업으로 참치횟집을 시작한 까닭이다. 그는 회를 썰며 하루에 두 번 라이브 공연을 펼쳤다.
"라이브 카페형 참치횟집은 전국 최초였을 겁니다. 처음에는 부업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그 일이 본업이 되더군요. 어느 순간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첫 데뷔 앨범에 이어 TV 방송에도 출연하며 최씨는 점차 인기를 얻어 갔다. 그럴수록 많은 기획사에서 섭외 요청이 들어왔지만 그는 흔쾌히 수락하지 못했다. 가게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음악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선 가게를 그만두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 가게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당신은 음악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야. 내가 알바라도 할 테니 걱정 마."
그때 최씨를 일깨운 것은 데뷔곡 '오직 한 사람'의 주인공, 아내였다. 그녀의 열렬한 지지 속에서 그는 10년 넘게 운영한 가게를 접었다. 이색적이었던 '횟집 라이브 가수'라는 별명을 내던지고 '실력파 가수 최재관'이 된 것이다. 다행히도 전국 곳곳 불러주는 곳이 많았다. 오히려 기획사 쪽에서 '가게를 접으니 섭외하기 더 편하다'며 좋아했다. 결혼식 축가 요청도 많았다. 노래 '오직 한 사람'이 축가나 기념일에 부르기엔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스케줄은 빼곡해져 갔고 다음 앨범 준비도 순조로웠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예정된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처음에는 조금만 지나면 다 괜찮아질 것 같았어요. 이렇게 길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죠. 무대가 사라지다 보니 수입도 줄어들었습니다. 한창 스케줄이 많을 때였는데 너무 아쉬웠죠."
다행히도 산격종합사회복지관의 도움을 받았다. 이곳에서 단기알바와 같은 소일거리를 그에게 맡겨준 것이다. 1999년부터 꾸준히 복지관 노래봉사를 이어오며 맺어진 신뢰 덕분이었다. 그는 당시에 거리공연을 하고 난 후, 벌어들인 수익을 이곳에 기부하기도 했다. 복지관에 늘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것이 이번엔 최씨를 도운 것이다. '2020 포크페스티벌'과 같이 간간이 비대면 공연들도 이어졌다. 하지만 무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저 같은 가수들은 물론, 무대를 위해 함께 고생하는 조명이나 음향 스태프들은 당시에 더 힘들어했죠. 다행히 비대면으로나마 공연들이 진행된 덕분에 한시름을 놨죠. 하지만 멍하니 카메라만 보며 공연해 보니 관객분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대구에서 성공하면 어디서나 성공해"
코로나19로 인해 멀어진 것은 관객과 아티스트 간의 거리뿐만이 아니었다. 함께 활동하는 지역 가수들 간의 거리도 함께 멀어졌다. 여러 무대에서 만나고 교류했던 이들은 어느새 각자의 음악에 몰두하기 바쁘다. 지역 음악계의 맏형 격인 최씨는 예술계는 상대적으로 세대 간의 벽을 허물기 쉬운 만큼 서로 소통하며 시너지를 일으키길 바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세대를 만날 수 있는 고리가 적어지는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 간혹 공연장에서 만나더라도 인사만 하고 헤어지기 일쑤죠. 음악은 서로 교류할수록 발전해나가는 것인 만큼 교류의 장을 만들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네요."
최씨 역시 젊은 시절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음악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 단순히 선배들이 잘해서가 아니었다. 선배가 걸어온 길을 듣다 보니 자연스레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후배들에게 으름장을 놓는 선배도 아니었다. 후배가 나보다 잘하는 것이 있으면 먼저 다가가 '가르침'을 달라고 조른 적도 있었다.
"옛날부터 으레 대구에서 통하면 전국에서도 먹힌다는 말이 있었죠. 그만큼 보수적인 대구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가 쉽지가 않았습니다. 아직도 그 자부심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후배들이 그 명성을 이어나갔으면 좋겠어요."
그의 말마따나 대구 출신 가수들의 인기는 지금도 뜨겁다. 최근 방영한 '싱어게인2'에서 지역 밴드 아프리카의 보컬 윤성이 3위를 차지하는가 하며, '내일은 국민가수'에서는 지역 밴드 당기시오의 보컬 손진욱이 Top10에 오르기도 했다.
이제 최씨는 3년 만에 일상으로의 복귀를 꿈꾼다.
"코로나19가 끝나며 대구 뮤지션들의 저력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참고 견뎌낸 만큼 이제는 다시 안전하게 즐길 때가 아닐까요? 음악과 함께 우리 모두의 거리가 다시 가까워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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