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간 국민감정 들끓는 이유는?
말레이 "아세안 8개국 말레이어 영향권"
인니 "실제 사용도, 인니어가 더 우수"
같은 뿌리 언어지만… 물러서지 않을 듯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공식 회의에서 사용하게 될지 모를 '제2공용어' 선정 문제로 충돌하고 있다. 외국인이 두 언어의 차이를 식별하긴 어렵지만 두 나라 간 국민 감정은 들끓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역사적으로 영토 분쟁, 문화적으로 원조 논쟁을 이어온 ‘동남아의 한일 관계’로 불릴만 하다.
7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아세안 제2공용어 선정 문제의 포문은 말레이시아가 열었다.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2월 태국 방문 시 동남아 외교무대의 공용어인 영어 대신 말레이시아어로 연설을 하며 파란을 예고했다. 이후 그는 지난달 23일 자국 의회 상원에서 "아세안 10개국 중 8개국에 말레이시아어 원어민이 거주하고 있다"며 "아세안이 제2공용어로 말레이시아어를 채택할 충분한 조건이 갖춰진 만큼, 다음 아세안 회의에서 이 부분을 정식 안건으로 제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특정 언어를 제2공용어로 지정하자고 화두를 던진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나딤 마카림 교육문화부 장관은 앞서 4일 공식 성명을 통해 "아세안 제2공용어로 더 적합한 언어는 인도네시아어"라며 "우리는 인도네시아어가 제2공용어가 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승차공유업체 '고젝'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이기도 한 나딤 장관은 자사의 시장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동남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는 인도네시아어로 확인됐다"며 "인도네시아어는 전 세계 47개국에서 통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파급력에서 말레이시아어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양국의 언어는 넓게 말레이폴리네시아어족에 속하며, 그 기원도 같다. 다만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각각 영국과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으며 일부 표현과 어휘는 달라진 상태다. 양국 국민들의 논쟁도 한창이다. 인도네시아인들은 "말레이 반도 지역이 인도네시아어를 흡수해 사용하고 있다"며 범용성을 강조하는 반면, 말레이시아인들은 "어찌 됐건 인도네시아어는 범 말레이시아어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언어 전쟁'이 폭발한 것은 그동안 사사건건 쌓여온 양국 갈등이 배경이다. 1962년 영토분쟁 발생 후 현재까지 불법 이주노동자 거주, 동남아 이슬람 종주국 문제 등으로 계속 부딪치고 있다. 동남아시안게임(SEA)이나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등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장에선 양국 응원단이 패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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