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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수많은 차이처럼 그저 다른 장애

입력
2022.04.08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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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뮤지컬 '슈퍼맨처럼'

편집자주

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 월간 공연전산망 편집장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어린이 뮤지컬 '슈퍼맨처럼'에서 주인공 정호(맨 오른쪽)가 친구들과 대화하고 있다. 학전 제공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어린이 뮤지컬 '슈퍼맨처럼'에서 주인공 정호(맨 오른쪽)가 친구들과 대화하고 있다. 학전 제공

장애인 이동권 시위 방식에 대한 갈등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각각의 주장을 들어보면 나름의 논리와 이유가 있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저렇게 시끄러울 일인가 싶기도 하다. 때마침 장애에 대한 편견을 다룬 학전의 어린이 무대 '슈퍼맨처럼'이 공연 중이다. 어린이 공연이라고 가볍게 여기면 오산이다. 독일 그립스 극단에서 1980년에 만든 어린이 뮤지컬이지만 장애에 대한 인식이 빈약한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여전히 무겁다.

학전은 어린이 무대라는 명칭으로 독일 그립스 극단의 작품을 한국적으로 번안하여 공연하고 있다. 각 작품들은 꿈과 희망을 주는 어린이물의 정형성에서 벗어나 어린이의 시각에서 현실적인 문제들을 직시하고 그들의 고민과 목소리를 들려준다. '우리는 친구다'에서는 훈육이라는 명목으로 가하는 체벌이나 문제아라고 낙인찍으며 갈라놓는 어른들의 섣부른 판단을 비판한다. '고추장 떡볶이'는 아이들이 의외로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많고, 혼자 하고 싶은 것도 많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슈퍼맨처럼'은 조금 더 시각을 사회적으로 확대하여 장애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직시하고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한다.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어린이 뮤지컬 '슈퍼맨처럼'에서 주인공 정호(왼쪽)가 슈퍼맨 흉내를 내고 있다. 학전 제공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어린이 뮤지컬 '슈퍼맨처럼'에서 주인공 정호(왼쪽)가 슈퍼맨 흉내를 내고 있다. 학전 제공

척수장애로 하반신이 마비된 정호는 우주과학자가 꿈이다. 새롭게 이사 온 마을은 아직 장애인 가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마다 가진 능력이 다르듯, 장애의 정도에 따라 다양한 차이가 있는데도 휠체어를 탔다고 뇌성마비로 판단하거나, 말이 어눌하다고 정신까지 어눌하다고 생각하는 등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다. 축구 소년 태민도 처음에는 정호가 말이나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지만 정호와 친구가 되면서 장애에 따라 다양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태민은 정호의 보조도구(워커)를 착용해보고 정호가 사고 후 걷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고, 여러 면에서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보조도구를 착용하고 있는 태민을 정호로 여겨 필요 이상으로 동정하고, 똑 부러지게 대답을 다하는 정호를 장애아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교감 선생님, 훨체어를 탔다는 이유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거라고 여기는 수위 아저씨, 그리고 당연한 권리를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가로막는 경비원은 우리 일상에 깊이 들어온 장애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장애를 가졌지만 밝고 씩씩한 정호, 그런 오빠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동생 유나, 그리고 새롭게 친구가 된 태민은 어른들의 장애에 대한 편협한 생각들에 유쾌하게 대응하여 통쾌한 웃음을 준다.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는 것도 편견이지만, 전동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라고 큰 소리로 말을 하고, 장애가 있다고 섣불리 동정하는 것도 장애에 대한 몰이해에서 오는 심각한 편견이다. 작품은 선의로 흔히 저지르는 편견에 대해서도 힘주어 지적한다.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어린이 뮤지컬 '슈퍼맨처럼'은 관객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깬다. 학전 제공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어린이 뮤지컬 '슈퍼맨처럼'은 관객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깬다. 학전 제공

세상에 모든 사람은 각자 다른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고 생활한다. 장애인은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특정 능력이 부족하지만 또 다른 능력은 상대적으로 뛰어나기도 하다. 장애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슈퍼맨처럼'은 장애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조금 더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볼 것을 권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누구를 배척하거나 혐오하지 않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야당 대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토론을 벌인다고 하는데, 그 전에 이 작품을 보고 간다면 토론이 좀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장애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인 비판 메시지가 강한 작품이지만 어린 나이 특유의 천진난만함이나 그 나이 또래의 유쾌한 장난들로 공연 내내 객석에선 해맑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정재일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음악 역시 단순한 멜로디와 현실적인 가사로 유쾌함을 더한다.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5월 22일까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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