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타임머신은 왜 렌즈 대신 거울을 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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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타임머신은 왜 렌즈 대신 거울을 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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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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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고재현한림대 나노융합스쿨 교수

편집자주

분광학과 광기술 분야를 연구하는 고재현 교수가 일상 생활의 다양한 현상과 과학계의 최신 발견을 물리학적 관점에서 알기 쉽게 조망합니다

하나의 별에 대해 18개의 거울이 반사해 형성한 18 개의 상 ⓒNASA

허블 망원경의 뒤를 이을 제임스 웹 망원경이 세계적 관심 속에 발사된 지 벌써 3개월 반이 지났다. 그간 목표 지점까지 무사히 도달한 망원경은 18개의 육각형 거울로 된 주경의 정렬이 이루어져 왔다. 3월 중순 나사(NASA)가 발표한 최초의 이미지에선 목표로 삼았던 별이 깨끗한 하나의 상으로 찍힘으로써 주경의 정렬이 마무리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목표 별의 배경에 심우주의 은하들이 같이 찍히면서 이 망원경에 대한 과학자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천문학에 사용되는 거대 망원경들은 왜 예외 없이 거울을 사용하는 것일까? 인류 역사에서 최초로 발명된 망원경은 렌즈를 사용한 굴절 망원경이었다. 17세기 초 네덜란드에서 탄생한 굴절 망원경의 소식이 퍼지자 갈릴레이는 자신만의 굴절 망원경을 제작, 천체를 연구하는 용도로 활용한 바 있다. 굴절 망원경의 핵심은 멀리서 오는 빛을 모으고 굴절시켜 초점에 상을 맺는 렌즈다. 유리를 가공해 곡면으로 다듬어 만드는 렌즈는 유리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개선되어 왔다.

그러나 렌즈가 천체망원경의 주연 자리를 꿰차기에는 한계가 뚜렷했다. 먼 거리를 날아온 희미한 빛을 효과적으로 관측하기 위해서는 렌즈나 거울의 지름이 커야 한다. 현재 지상의 천체망원경 중에는 반사 거울의 구경이 10m를 넘는 것도 있다. 유리를 이 정도의 거대한 렌즈로 가공하는 작업은 렌즈의 무게나 중력에 의한 변형 등 다양한 문제를 낳지만 커다란 유리 내 미세한 공기방울이나 결함을 없애야 한다는 어려움도 따른다.

게다가 렌즈는 빛을 포함한 전자기파의 파장이나 색깔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가령 렌즈를 통과하는 빨강 빛과 파랑 빛은 굴절되는 정도가 달라 같은 초점에 맺히지 않는다. 이를 색수차라 부른다. 재질과 형상이 다른 2~3개의 렌즈를 결합해 색수차를 제거할 수는 있지만 이를 대면적의 렌즈로 가공해 결합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런 한계로 인해 굴절 망원경의 최대 구경은 약 1m 내외로 알려져 있다.

굴절 망원경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반사 거울을 사용한 망원경이 17세기에 제안되었다. 빛이 굴절되는 정도는 색깔에 따라 다르지만 반사할 땐 예외 없이 동일한 각도로 반사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반사 망원경에서 색수차 문제는 없다. 역사상 거울을 망원경에 처음 적용한 사람은 그 유명한 뉴턴이다. 뉴턴은 구면 거울을 이용한 뉴턴식 반사 망원경을 제작해 활용했다. 그후 거울의 제작 기법이 향상되면서 20세기 들어 구축된 천체 망원경에는 대부분 반사 거울을 주경으로 사용한 방식이 채택됐다.

거울의 정렬이 끝난 후 동일한 별에 대해 측정된 사진 ⓒNASA

제임스 웹 망원경은 가벼운 재질인 베릴륨 위에 금을 코팅한 18개의 육각형 거울을 벌집 모양으로 배치해 실질적으로 직경이 6.5m에 달하는 주경의 효과를 낸다. 빛을 모으는 면적 기준으로 허블 망원경에 비해 6배 이상 크다. 게다가 18개의 조각 거울이 단일 거울의 효과를 내기 위해 각 거울을 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 정도의 정밀도로 정확히 정렬시키며 조정해야 한다. 제임스 웹 망원경이 정렬 후 보내온 첫 번째 사진은 이 모든 작업이 완벽히 끝나 가면서 올여름 심우주의 탐사에 나설 준비가 갖추어져 감을 보여줬다.

그간 허블 망원경이 충분히 보지 못했던 적외선 대역으로 더 먼 우주, 더 먼 과거를 바라볼 수 있는 제임스 웹 망원경은 인류에게 초기 우주의 비밀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줄 타임머신이 될 것이다. 아울러 외계 행성들의 대기 분석을 시도하며 외계 생명체의 탐사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성능으로 가장 멀리 내다볼 수 있는 망원경이 펼칠 활약을 지켜보는 것은 과학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멋진 경험일 듯싶다.

고재현 한림대 나노융합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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