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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에게, 행복한 부활절 되길. X가" 사라졌던 찰스 다윈 '노트'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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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에게, 행복한 부활절 되길. X가" 사라졌던 찰스 다윈 '노트' 미스터리

입력
2022.04.06 13:00
수정
2022.04.06 14:15
0 0

英 케임브리지대, 22년 만에 찰스 다윈 노트 찾아
CCTV 없는 공간 바닥서 발견...분홍 쇼핑백 담겨
노트 싼 봉투에 익명의 누군가 짧은 메시지도
보관 상태 양호..."습기 없는 안전한 장소 소유한 人"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이 1837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노트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도서관 측은 2000년 이 노트를 보관하다 도난당했다는 사실을 알렸으며, 지난달 22년 만에 누군가 도서관 측에 돌려줬다고 밝혔다. 케임브리지대 제공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이 1837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노트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도서관 측은 2000년 이 노트를 보관하다 도난당했다는 사실을 알렸으며, 지난달 22년 만에 누군가 도서관 측에 돌려줬다고 밝혔다. 케임브리지대 제공

22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의 노트가 다시 세상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찢어진 곳 없이 상태는 양호했지만 누가 가져갔으며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대학 곳곳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며 범인을 추적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도난당한 다윈의 노트가 22년 만에 도서관 바닥에 놓여 있었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케임브리지대학 도서관은 2000년 11월 사진 촬영을 위해 꺼내 놓았던 다윈의 노트들을 마지막으로 목격했다. 이 노트는 다윈이 1837년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 달 뒤 도서관 정기 점검에서 이 노트들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됐고, 1,000만 권이 넘는 도서관 소장 자료실을 뒤졌지만 다윈의 노트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22년 만에 돌아온 찰스 다윈의 노트가 담겨 있던 상자와 봉투. 케임브리지대 제공

22년 만에 돌아온 찰스 다윈의 노트가 담겨 있던 상자와 봉투. 케임브리지대 제공

도서관 측은 다윈의 노트를 도난당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결국 2020년 10월 경찰에 도난 신고를 했고 인터폴에 알려 행방을 쫓고 있었다. BBC도 당시 이러한 사연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도서관 측이 다윈의 노트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22년 만에 돌아온 찰스 다윈의 노트. '생명의 나무' 초기 스케치가 그려져 있다. 케임브리지대 제공

22년 만에 돌아온 찰스 다윈의 노트. '생명의 나무' 초기 스케치가 그려져 있다. 케임브리지대 제공

그렇게 찾아 헤매던 노트들은 지난달 9일 CCTV가 없는 공공 도서관 바닥에서 발견됐다. 노트들은 분홍색 쇼핑백에 담겨 있었다. 쇼핑백 안에는 노란 서류 봉투에 싸인 파란색 박스가 있었고, 그 속에 비닐랩으로 꽁꽁 싸인 다윈의 노트가 있었다.

더 기막힌 건 서류 봉투 겉에 적힌 글귀였다. 그곳엔 "사서에게, 행복한 부활절 되길. X가"라는 짧은 메시지가 인쇄돼 있었다. 도서관 측은 노트를 갖다 놓은 사람은 다름 아닌 범인이라고 보고 있다.


도난당했던 찰스 다윈의 노트가 22년 만에 제 집인 케임브리지대 도서관에 돌아왔다. 누군가 도서관 바닥에 놓아 둔 게 발견됐는데, 노트를 싼 봉투에는 "사서에게, 행복한 부활절 되길. X가"라고 짧은 메시지가 인쇄돼 있었다. 케임브리지대 제공

도난당했던 찰스 다윈의 노트가 22년 만에 제 집인 케임브리지대 도서관에 돌아왔다. 누군가 도서관 바닥에 놓아 둔 게 발견됐는데, 노트를 싼 봉투에는 "사서에게, 행복한 부활절 되길. X가"라고 짧은 메시지가 인쇄돼 있었다. 케임브리지대 제공

그럼에도 도서관 측은 안도하며 기뻐하고 있다. 제시카 가드너 케임브리지대 도서관장은 "눈물이 났다"며 "노트가 영원히 반환되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무사히 돌아왔을 때는 안도감이 들었고, 이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사실 가드너 관장은 다윈의 노트가 돌아온 뒤에 바로 기쁨을 만끽하지 못했다. 경찰이 박스를 열어 노트를 개봉한 뒤 검사해 진품 여부를 확인하기까지 닷새라는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현재 이 노트들은 진품으로 판정됐으며, 다행히 뜯겨지거나 찢어진 곳 없이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돌아온 다윈의 노트,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찰스 다윈. 한국일보 자료사진

찰스 다윈. 한국일보 자료사진

다윈의 메모장이라 할 수 있는 노트는 엽서만 한 크기다. 가죽으로 제본된 이 노트의 가치는 우리 돈으로 수십억 원을 호가할 정도로 진귀한 물건이다.

영국 생물학자인 다윈은 1830년대 남아메리카 동태평양에 있는 갈라파고스제도를 다녀온 뒤 이 노트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인류 과학문명사에 한 획을 그인 '종의 기원(1859)'에서 중심 이론이 된 '생명의 나무' 초기 스케치를 이 노트에 그렸다.

짐 세코드 케임브리지대 역사 및 과학철학 명예교수는 "자연선택과 진화론은 아마도 생명과 지구 환경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단일 이론일 것"이라며 "또 전체 과학 역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문서 중 일부"라고 말했다.

세코드 교수는 22년 만에 돌아온 다윈의 노트를 진본으로 결론 내린 학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다윈은 노트에 다양한 종류의 잉크를 사용했다"면서 "유명한 '생명의 나무' 스케치가 있는 페이지에는 갈색과 회색 잉크가 사용됐다. 이러한 것은 위조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22년 만에 돌아온 찰스 다윈의 노트. 1837년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노트에는 '생명의 나무' 초기 스케지가 담겨 있다. 케임브리지대 제공

22년 만에 돌아온 찰스 다윈의 노트. 1837년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노트에는 '생명의 나무' 초기 스케지가 담겨 있다. 케임브리지대 제공

또한 노트의 상태가 양호하다는 건 노트가 습도가 높은 곳에 노출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가드너 관장은 "이 노트들이 어디에 있었는지 궁금하다. 손을 많이 타지 않았으며 어디에선가 세심하게 보관돼 있었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노트가 건조했고 습기에 노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그것을 가져간 사람이 안전한 장소에 보관했다는 얘기"라고 했다.

여전히 누가 노트를 가져갔으며 누가 도로 가져다 놓았는지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그러나 CCTV는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쇼핑백을 두고 간 자리에는 CCTV가 닿지 않는 곳이었지만 건물 외부에 카메라가 설치돼 도서관 앞과 뒤, 전문 열람실, 금고 등을 감시하고 있다. 즉 경찰이 확인할 수 있는 CCTV를 누군가가 모두 통과했다는 얘기다.

경찰은 현재 계속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일부 조사 라인을 추적하고 있다"고 BBC에 전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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