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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다양성과 유연성에서 나온다

입력
2022.04.07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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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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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는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공정-혁신경제'를 경제정책의 큰 틀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경제정책의 틀은 사실 낯설지 않다. '창조경제', '혁신성장' 등 명칭은 달랐지만,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정부가 최근 들어 추구해 온 성장의 수단은 정보기술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고 이를 산업에 접목하여 성장의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주요 후보의 공약을 통해 드러났듯이 정보기술 분야의 혁신과 데이터의 생성·활용이 미래 경제성장의 중요한 동력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우리 사회에서 광범위한 동의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지향을 떠나 경제성장의 필요성과 성장 동력에 대한 동의가 형성된 것은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성장 동력을 중단 없이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혁신의 과정에 대해 좀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혁신은 사람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혁신이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닌 협업의 산물이다. 혁신을 위해서는 독단적인 슈퍼엘리트보다 협업에 능한 다수의,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혁신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으로 알고 있는 실리콘밸리는 지구상에서 고급인력의 상호작용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여기서 '고급인력'보다는 '상호작용'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혁신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 온 이질적인 인재들이 서로 충돌하고 융합하면서 생겨나곤 한다. 이런 점을 이해한다면 새 정부가 추구하는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과 같은 정책도 더 큰 틀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간의 보도에 따르면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은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의 확대와 디지털 관련 학과의 정원과 장학금 확대, 전액 국비 지원의 디지털영재학교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사회 경제 패러다임 변화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미래세대의 디지털 문맹을 막자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국가가 미래에 유망한 특정 분야를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방식이 미래 지향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미래의 변화는 기본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특정 분야의 인재를 강조하기에 앞서 불확실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적응력과 협업 능력을 지닌 인재와 그런 인재 양성을 위한 유연한 사회시스템 마련에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다양성의 추구와 협업은 이제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새로운 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이 새 정부와 정치권에서부터 이루어졌으면 한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586 운동권이라는 동질적 정치집단이 큰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과거 보수정권에서도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내각이나,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출신)' 내각이 정권 출범 초기부터 비판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이러한 비판을 그 집단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 갖는 막연한 적대감이라 간주하기보다는 동질적인 사람들로 이루어진 집단이 실제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이라 지적받은 이번 인수위원회의 구성은 아쉬움을 남긴다. 향후 구성될 내각은 이전 보수정권에 비해 더 다양한 모습을 갖추리라 기대해 본다.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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