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57건 삭제 이례적… 허위 단정 어려워"
서울신문의 호반건설 비판기사 삭제와 관련한 내용을 방송하려는 KBS를 상대로 호반건설이 제기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부장 황정수)는 "방송 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서울미디어홀딩스와 호반건설의 가처분 신청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상열 서울미디어홀딩스 회장과 박철희 호반건설 대표는 전날 KBS '시사기획 창'의 '누가 회장님 기사를 지웠나' 편에 대해 서울남부지법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서울신문에서 기사가 삭제된 건 서울신문 사장 등 6명의 자율적 판단과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호반건설 측이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호반건설과 김 회장이 '진실된' 내용의 기사를 삭제하도록 지시 내지 강요했다는 취지의 방송이 방영된다면 호반건설 등의 사회적 가치와 평가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될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호반건설이 서울신문 주식을 대량 매수해 제1주주가 됐고, 이후 서울신문에서 기존에 게재된 호반건설에 관한 기사 57건이 아무런 공식 설명이나 논의도 없이 일요일에 전격적으로 삭제됐는데, 이는 그 자체로 매우 이례적 사건"이라며 "그 문제점을 취재·방송하는 것은 언론 자유 측면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 방송 내용에 포함된 '공공택지 벌떼입찰 의혹'과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은 우리나라 건설업계 또는 기업계에서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에 속하고, 채무자가 취재를 바탕으로 나름의 근거를 갖춰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호반건설 등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하기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서울신문은 호반건설이 대주주가 되기 전인 2019년 '언론 사유화 시도 호반건설 그룹 대해부' 기사 65건을 보도했다. 이 중 57건이 1월 16일 일괄 삭제됐다. 호반건설은 서울신문 인수 조건으로 비판기사 삭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밤 10시 예정된 이 방송은 해당 기사들이 진실되지 않다는 호반 측 주장을 검증하고, 호반의 경영권 편법승계와 법망을 우회한 일감 몰아주기, 공공택지 벌떼 입찰 등 여러 의혹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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