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광역시 시민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시민단체 참여자치21의 박재만 공동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난 지 한 달 만에 정치판에 뛰어들면서다. 시민단체 출신 인사의 정관계 진출이 뭐 그리 놀랄 일이냐고 하겠지만 박 전 대표의 행보를 따라가 보면 그렇지 않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전 대표가 "정치를 하겠다"며 달려간 곳은 광주시장 재선 도전에 나선 이용섭 광주시장 예비후보 캠프였다. 박 전 대표는 이곳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광주 지역 2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를 맡기도 했던 박 전 대표가 3년여 간 비판과 감시, 견제를 해왔던 대상인 이 시장의 재선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장 시민사회에선 "정체성 훼손", "명분과 설득력이 없는 선택"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한 시민사회 원로는 "광주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돼버렸냐"고 한탄했다.
박 전 대표의 친정인 참여자치21도 5일 침묵을 깨고 박 전 대표의 행동에 대해 우려와 강한 유감을 표했다. 참여자치21은 이날 입장문에서 "박 전 대표의 이 시장 캠프 참여는 참여자치21 활동의 정당성과 신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행동"이라며 "이는 여러 억측을 낳을 수 있고 시민사회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자치21은 그러면서 "참여자치21에 제기된 비판과 염려의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하고, 시정에 대한 비판, 견제, 감시 활동에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의 모습을 더 냉정하게 성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생각은 이들과 결이 달랐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시장의 부족한 부분을 조금은 메꾸고자 노력할 생각이다. 재선에 성공해 이 시장을 광주 발전과 시민사회 확대의 도구로 사용하겠다"고 썼다. 이 시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거대책위원회에 여러 분야 인사들이 참여해) 통합으로 가야 한다"며 "그런 분들이 들어오면 (선대위)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다분히 표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이에 대해 참여자치21은 "시민운동단체로서 정체성과 비판적 행위의 기준, 각종 위원회 및 광주시와 자치구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진출 기준 등에 대해 엄밀한 잣대를 세워나감으로써 시민의 권익을 위해 싸워나가는 면모를 갖추기 위해 더욱 분투하겠다"고 일갈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