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1심 합의사건 선고까지 445일
판·검사·변호인 코로나 확진에 재판 연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인력 부족으로 재판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민사재판 1심 선고까지 평균 1년이 넘게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관들이 예전만큼 재판에 집중하지 않는 것도 재판이 길어지는 원인으로 꼽힌다.
7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민사합의부가 처리한 1심 사건의 경우 사건접수에서 선고까지 평균 445일이 걸린 것으로 집계됐다. 한 사람이 여러 건의 소송을 제기한 경우를 제외하면, 민사합의부에서 선고가 나기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459.5일이었다.
조정 등의 처분까지 포함한 평균 처리기간은 364.1일이었다. 2020년 309.1일에 비해 두 달 가까이 늘어난 것이며 최근 5년 통계와 비교했을 때도 가장 길었다. 민사단독 사건의 1심 선고는 253.5일 걸렸고, 평균 처리기간도 2017년 204.3일에서 지난해 225.9일로 집계됐다.
형사사건도 다르지 않았다. 구속사건의 경우, 형사 단독사건 1심 평균 처리 기간은 2017년 87.1일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18.3일을 기록했다. 합의사건 역시 118.4일(2017년)에서 138.3일(2021년)로 20일가량 늘었다.
법원 내부에선 ‘만성적 인력 부족’을 재판이 길어지는 이유로 꼽는다. 매년 접수되는 1,800만~2,000만 건의 사건을 법관 3,000여명이 처리해야 하다 보니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배석판사는 "최근에는 사건이 예전보다 복잡해져서 살펴봐야 하는 기록도 많아졌다"며 "인력은 늘지 않아 야근을 해도 사건은 쌓여만 간다"고 토로했다.
법관들의 인식 변화도 재판이 길어지는 이유로 거론된다. 젊은 법관들을 중심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우선하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과거에는 중요 민·형사사건의 경우 증인신문에만 7~8시간을 쓰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늦게까지 재판을 하지 않는 추세"라며 "가급적 오후 6~7시까지만 재판을 진행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핵심 피고인이나 참고인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불가피하게 재판이 연기되기도 한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증인이나 참고인, 법관까지 감염되면서 넉 달이면 결론이 나올 사건이 한두 달 이상 밀릴 때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판 기간을 단축할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판 지연을 막기 위해 민사단독 관할 확대와 전문법관 분야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게 법원행정처 입장이지만, 법관 인력 증원 없이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제외한 법관은 3,101명으로 정원 3,214명보다 113명 부족했다. 올해 정기인사로 70여 명의 법관이 그만두면서 3월 기준 현업 법관은 3,029명으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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