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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소송서 제주도 패소... 내국인 진료 가능해지나

입력
2022.04.05 16:09
수정
2022.04.0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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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내국인 진료 불가 조건은 위법"

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전경.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공

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전경.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공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달아 개원을 허가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제주법원 행정1부(수석부장 김정숙)는 5일 중국 녹지그룹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녹지제주)가 제주도를 상대로 낸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녹지제주는 앞서 2017년 8월 서귀포시 동흥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에 778억 원을 들여 녹지국제병원 건물을 완공하고, 제주도에 개원 허가 신청을 냈다. 그러자 제주도는 영리병원 반대 여론 속에서 2018년 12월 "내국인을 제외하고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녹지병원을 운영하라"는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녹지제주는 조건부 허가를 받아들이지 않고 2019년 2월 내국인 진료 제한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내 이번에 1심에서 승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녹지제주 측은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병원이 정당한 사유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제주도의 부과 조건의 부당성을 역설했다. 반면 제주도는 "녹지제주 측 사업계획서와 허가 조건 자체가 처음부터 외국인에 한정됐다"며 "외국인의료기관 설치는 제주특별법에 근거하고 있어 특별법상 도지사에게 개설 조건을 설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고 맞섰다.

이런 쟁점에 대해 재판부는 “제주특별법과 관련 조례에는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조건에 내국인 진료 제한 등과 같은 진료대상을 제한하는 내용의 부관을 붙일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제주특별법은 내국인 진료 허용을 전제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제도를 규정하고 있어, 제주도의 허가 조건은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원고 승소 이유를 설명했다.

만약 상급심 역시 1심 법원과 같이 판단한다면, 앞으로 영리병원 개설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사라지는 셈이 된다. 녹지제주는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풀어주면 영리병원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영리병원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제주도는 이날 1심 선고와 관련해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며 "향후 판결문을 분석해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녹지제주는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녹지제주는 내국인 진료 제한에 반발하면서 의료법에 정해진 개원 시한인 2019년 3월 4일까지 개원하지 않았다. 이에 제주도는 청문 절차를 거쳐 같은 해 4월 17일 조건부 개설 허가를 취소했고, 녹지제주는 같은해 5월 소송을 제기했다. 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개설 허가 후 3개월(90일) 이내에 개원해야 한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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