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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언론 통제

입력
2022.04.05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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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러시아 국영 방송 채널1 직원이 지난달 14일 뉴스 생방송 중 '전쟁 반대' '프로파간다를 믿지 말라'고 쓴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TV 화면 캡처

러시아 국영 방송 채널1 직원이 지난달 14일 뉴스 생방송 중 '전쟁 반대' '프로파간다를 믿지 말라'고 쓴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TV 화면 캡처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인이 국내 방송에서 접하는 관련 보도는 주로 우크라이나 동부 상황이다. 국영 TV에는 포격으로 불타 버린 집 앞에서 "그들이 모든 것을 앗아갔다"며 울부짖는 노파 등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여기서 '그들'은 물론 러시아 군인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병사들이다. 러시아 기자는 마치 푸틴을 대변하듯 그들을 "네오나치" "파시스트"라고 부른다. 전 세계가 경악하는 키이우 북쪽 마을의 러시아군 민간인 학살 같은 보도는 찾을 수 없다.

□ 푸틴은 2000년 집권 이후 언론 통제를 강화해왔다. 방송사는 정부가 경영을 장악했거나 사주가 친정부 인사가 아니면 유지가 어렵다. 노바야 가제타의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처럼 정부를 비판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의회는 형법을 개정해 그들이 '특별군사작전'이라는 우크라이나 침략을 '전쟁'이나 '공격' '침공'으로 부르면 위법으로 단죄한다. 이런 '가짜 뉴스'로 국가에 해를 끼칠 경우 최고 1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 전쟁 시작부터 러시아의 모든 독립언론은 검열당하고 있다. 반정부 성향 라디오, TV는 정부 통제로 방송이 중단되거나 폐쇄를 피해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도 차단됐다. 감시를 피해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생방송 중 'No War' 피켓 시위를 벌이는 시민의 드문 용기가 아니면 진실을 알 방법이 없다. 전쟁 한 달 만에 푸틴 지지율이 83%로 뛰어 올랐다니 초연결 시대가 무색하다.

□ 중국이나 미얀마의 상황도 차이가 없다. 소위 민주주의 국가라고 다른 것도 아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중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가짜뉴스로 낙인찍어 "국민의 적"이라고 했다. 이에 반발해 미국의 유수한 신문들이 보도의 자유를 호소하는 사설을 공동 게재했다. 이 연대를 이끌었던 보스턴글로브는 "모든 부패 정권은 가장 먼저 자유 언론을 국영 언론으로 바꾼다"고 꼬집었다. 언론의 자유가 탄광의 카나리아처럼 민주주의의 바로미터임을 다시 실감한다.

김범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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