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노리고 스타트업 도전하는 MZ세대
'꼰대' 문화 벗어나 자유로운 근무 환경도 매력
"우수 인력 스타트업 도전하는 문화 이어져야"
#1. 국내 굴지의 정보기술(IT) 업종 대기업에서 7년 근무한 A씨는 최근 인공지능(AI)분야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 보수에서부터 사내 복지나 인지도 등에선 모두 떨어지지만 5년 내 기업공개(IPO) 목표를 세운 해당 스타트업 대표의 포부에 마음이 끌렸다. A씨는 "어차피 직장인으로서 버는 돈은 비슷비슷하다는 생각에 스타트업에 도전하게 됐다"며 "젊을 때 잠깐 고생해서 '홈런'을 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2. 대형 로펌 인사팀 B씨는 최근 공들여 키운 인재들이 기업체 파견만 나가면 사직서까지 들고 속속 복귀하면서 속앓이가 심하다고 했다. B씨는 "예전에는 대기업 사내변호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최근엔 벤처 스타트업으로 옮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아무래도 스타트업이 수직적 분위기보단 자유로운 환경이다 보니 젊은 변호사들이 선호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스타트업에 불어닥친 '이직 바람'이 심상치 않다. 연봉을 포함한 경제적인 조건이나 안정성 등에서 월등한 주요 대기업으로부터 이직하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고 있어서다. 특히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경우엔 대기업 내에서 겉돌기보단 개인의 역량 극대화에 최적화된 스타트업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게 채용업계에서 전한 최근 이직 분위기다. 아울러 유망한 스타트업이 IPO에 성공할 경우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 크게 한몫 챙길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가능성도 이직 선택의 중요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삼성, 구글 출신도 이직 꿈꾸는 AI 스타트업
4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재 채용에 나선 스타트업의 경우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AI 스타트업 몰로코는 최근 개발자 채용 공고를 내면서 정규직으로 입사 시 주식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2013년 구글 출신 안익진 대표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이 스타트업은 지난해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대열에 합류하면서 최근 개발자들 사이에서 가장 선망받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IT업계 관계자는 "구글 출신 우수한 개발자들이 대거 합류했다고 소문이 나면서 국내 주요 개발자들의 관심을 받는 기업"이라며 "입사 난도도 엄청나게 높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패션 플랫폼 기업인 무신사도 최근 전 임직원에게 1,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지급해 화제가 됐다. 1,000명가량의 전체 임직원에게 평균 1억 원가량의 주식이 돌아간 셈이다. 이르면 내년 상장을 앞둔 무신사의 기업 가치가 3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지면서 임직원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본부장이 30대, 업무 끝나면 마음껏 휴가...젊은 조직문화
기업 문화도 스타트업을 선택한 주요 이유로 꼽힌다. 최근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주모(35)씨는 "그전 회사에선 차·부장급이 4050세대였는데 현재 옮긴 스타트업에선 본부장이나 실장이라고 해도 30대 중후반"이라며 "기존 기업에서 나오기 어려운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공유되는 모습을 보고 신선함을 느꼈다"고 스타트업에서 경험한 사내 문화를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도입된 유연한 근무 환경도 기업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경우 회사가 근무 시간이나 휴식 시간에 대해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본인이 맡은 프로젝트만 끝나면 언제든 자율로 연차를 쓸 수 있다.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에선 지난해 10월부터 임직원이 원할 경우 강원도 평창 등 휴가지에서 근무할 수 있는 '워케이션' 제도도 도입했다.
연봉 맞춰 준다지만...기업 체계 없고 상장 실패하면 '꽝'
개발인력의 몸값 상승 등으로 기본적인 연봉이 대기업 수준까지 근접하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도 전환되는 모양새다. 다만 세부적인 복리후생이나 기업 체계에선 아직까지 대기업엔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가 다시 IT 대기업으로 복귀한 C씨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비해 체계가 없다 보니 야근도 잦고,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해야 할 때가 많았다"며 "가족이 생기다 보니 안정성 측면에서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 게 편해 복귀했다"고 말했다. 또 스톡옵션을 받아도 상장에 실패하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는 위험요소도 감안해야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직 시장에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새로운 형태의 이직 기류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모든 인재를 흡수하는 대기업 중심의 체제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에선 정부가 기업의 스톡옵션 제도에 대해 세제혜택을 주면서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곳에서도 큰 인건비 부담 없이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성장성 높은 유니콘이 나오기 위해선 중장기 차원에서 정부 지원을 심도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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