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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검사가 낸 교통사고, 판례까지 찾아 불기소한 검찰... 전문가들 "유사 사건은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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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장검사가 낸 교통사고, 판례까지 찾아 불기소한 검찰... 전문가들 "유사 사건은 기소"

입력
2022.04.08 04:30
수정
2022.04.08 10: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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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판례상 안전지대 안에서 충돌해야 침범 사고"
한문철 등 교통사고 전문가들 "검찰 논리 빈약" 지적
"판례 핵심 쟁점, 충돌 지점 아냐... 사고 원인이 중요"
"유사 사건 유죄 판례 많아... 그동안 기소는 왜 했나"

수도권 검찰청 소속 부장검사가 지난해 7월 충돌사고를 냈던 올림픽대로 백색 안전지대 모습. 이정원 기자

수도권 검찰청 소속 부장검사가 지난해 7월 충돌사고를 냈던 올림픽대로 백색 안전지대 모습. 이정원 기자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 위반 혐의를 받던 현직 부장검사가 불기소 처분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처분의 핵심 근거로 삼은 판례들이 해당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통사고 전문가들은 검찰이 제시한 판례를 두고 "사고 상황과 쟁점이 부장검사 사건과 달라서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고, 오히려 부장검사 사건과 유사한 교통사고에서 가해자들이 유죄를 받은 사례가 많다"고 강조했다.

검찰 "안전지대 밖 충돌 땐 침범 사고 아니란 판례 있다"

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부장검사가 몰던 렉스턴 차량은 지난해 7월 8일 오후 6시 40분쯤 올림픽대로 4차로에서 5차로로 진입하기 위해 차로 사이에 있는 백색 안전지대를 가로질렀고, 이 과정에서 5차로를 주행 중이던 피해자의 볼보 차량과 충돌했다.

교특법상 12가지 중과실 행위(본 사건의 경우 안전지대 침범)로 인한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다쳤을 경우, 가해자는 종합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피해자로부터 전치 2주 진단서를 제출받은 경찰은 사고 원인을 안전지대 침범으로 보고 A부장검사를 교특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 의견 송치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부장검사와 피해 차량이 충돌한 지점이 안전지대 바깥이란 점을 내세워 '공소권 없음' 불기소 처분했다. 안전지대 침범 행위가 있었더라도, 충돌 지점이 안전지대 밖이면 사고 원인을 안전지대 침범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였다. 검찰은 판례 3건을 참고해 A부장검사를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판례 핵심 쟁점, '충돌 지점' 아냐... 적용 부적절"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검찰이 참고한 판례 3건은 ①안전지대를 침범해 빠져나온 뒤 신호를 기다리던 가해 차량이 무단횡단 킥보드 운전자를 친 사고(서울북부지법 2020고단1926) ②주차장 앞 안전지대 안에 멈춰서 주차장 진입을 기다리던 가해 차량이 통행이 한산해지자 움직이다가 보행자 다리를 친 사고(제주지법 2012노548) ③착오로 안전지대에 진입한 가해 차량이 제자리로 돌아가던 중 피해 차량과 충돌한 사고(춘천지법 2015노1279)였다. 3건 모두 법원은 가해자들의 안전지대 침범을 인정했지만 무죄를 선고했다.

그렇다면 제시된 판례 3건은 검찰 설명대로 충돌 지점이 안전지대 바깥이라서 무죄가 나왔을까. 한국일보는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들에게 판례 3건과 A부장검사 사건의 쟁점이 유사한지 물었다. 이들은 "3건 모두 '충돌 지점이 안전지대 안이냐 밖이냐'를 두고 주요하게 다툰 흔적이 없으며, 재판부가 이를 사고 원인을 판단하는 유일한 조건으로 삼지도 않았다"고 분석했다. 검찰이 A부장검사 사건과 관련이 없는 판례들을 근거로 불기소 처분을 했다는 것이다.

12년 넘게 1,000건 이상의 교통사고 변호를 맡았던 정경일 변호사는 ①번 판례에 대해 "해당 사건은 본질적으로 킥보드 무단횡단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고, 가해자가 안전지대를 빠져나온 뒤에도 일정 거리를 주행한 뒤 벌어진 사고였기에 안전지대 침범과의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②번 판례에 대해서도 이길우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가해자가 안전지대에 멈춰 있다가, 새로운 운전조작을 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부장검사 사건은 안전지대 침범을 통해 진로 변경을 하려던 연속 과정에서 사고가 났기 때문에 성격이 다르다"고 짚었다.

정경일 변호사는 검찰이 제시한 ③번 판례에 대해서도 "가해자가 착오로 안전지대에 들어갔다는 점이 우선 인정됐고, 차량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충돌했기에 부장검사 사건처럼 진로 변경을 위한 연속선상에서 충돌한 사고와 비교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교통사고 관련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한문철 변호사도 검찰이 '충돌 지점'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변호사는 "안전지대 침범 행위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다면 교특법상 지시위반 중과실 사고로 보는 게 옳다"며 "충돌 지점이 '안전지대 안이냐 밖이냐'만 갖고 사고 원인과 연결 짓는 검찰 논리는 빈약해 보인다"고 전했다.

안전지대 가로질러 진로 변경 유죄 수두룩

검찰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안전지대는 그 안에 있는 차마나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표지이므로, 안전지대 안에 있던 사람이나 차량을 충격해야만 안전지대 침범사고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 설명대로라면, 안전지대를 가로질러 진로 변경을 하다가 충돌 사고를 내더라도 가해자들은 교특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없다. 정상주행 중이던 피해자는 당연히 안전지대 바깥에서 이동하다가 충돌을 당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A부장검사와 같은 조건에서 교특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선고된 사례가 수두룩하다고 말한다. 정경일 변호사는 "지난해 확정된 판례들만 해도 여러 건이 있다"며 6차로에서 5차로로 넘어가기 위해 그 사이 안전지대를 침범하다가 5차로를 달리던 피해자와 충돌한 사건(서울동부지법 2021고정230), 올림픽대로 진입 전 도로에서 올림픽대로 4차로로 넘어가기 위해 그 사이 안전지대를 침범하다가 4차로를 달리던 피해자와 충돌한 사건(서울중앙지법 2021고정1449) 등 다수의 사례를 제시했다.

이길우 변호사는 "검찰이 제시한 판례든 유사 사건의 유죄 판례든 검찰은 가해자를 모두 기소했고, 심지어 1심에서 무죄가 나왔을 경우 항소까지 했다"며 "유독 부장검사 사건에 대해서만 '충돌 지점'이란 원칙을 내세워 불기소 처분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확대되자 정치권도 검찰 처분을 문제 삼고 나섰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가 부장검사가 아니었다면 나올 수 없는 비상식적 처분"이라며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식구를 억지 해석을 대며 감싸줬다"고 비판했다.

이정원 기자
김영훈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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