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목시장 "3월 초순이면 묘목 출하 완료"
지자체도 식목일 전 나무 심기 행사 진행
"기온상승 경각심 높일 겸 식목일 앞당겨야"
이달 1일 오후 경북 경산종묘산업특구. 유실수와 조경수를 망라해 연간 3,000만 그루의 묘목을 생산, 전국 출하량의 70%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이 시장은 그러나 식목일이 나흘 앞이란 사실을 잊은 듯 오가는 차량 하나 없이 썰렁했다.
시장 사람들은 대목이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한 상인은 "2월부터 시작해 3월 초순이면 준비한 묘목 물량이 모두 동난다"며 "나무는 잎이 나기 전 수분이 충분할 때 심어야 하는데, 겨울과 봄 기온이 높아지고 강수량은 줄어들고 있어 출하 시기가 앞당겨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시장 인근 농민은 "나무를 식목일에 맞춰 심는다는 건 옛말"이라며 "나무가 새 땅에 뿌리를 제대로 내리기 위해선 미리 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나무 심는 날이 앞당겨지고 있다. 기온 상승 등 기후 변화 영향이 크다. 식목일인 4월 5일은 나무를 심기에 늦다는 인식이 보편화하면서, 지방자치단체나 환경단체가 진행하는 식목 행사도 종전에 비해 앞당겨지고 있다. 차제에 식목일을 3월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년간 코로나19 유행 여파로 열리지 못했던 지자체의 나무 심기 행사가 올해 여러 곳에서 재개됐다. 다만 3월 중순 중남부 지방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식목 행사가 지난달 진행됐다. 경북 지역 지자체 관계자는 "기후와 봄철 식생이 변화하면서 나무 심기 행사를 일찍 진행하고 있다"며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2006년)된 지도 오래라 무리하게 식목일에 맞춰 심지 않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나무 심기에 가장 알맞은 온도를 6.5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기온 상승으로 이제 4월 첫 주가 되면 전국 평균 기온이 10도를 웃도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식목일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949년 식목일 지정 당시에 비해 평균 기온이 1도 이상 올라간 만큼, 나무 심는 날을 앞당겨 식재 사업의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민호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기후 변화 가속화로 평균적으로 3월 중순이면 나무 심기에 좋은 기온이 형성되고 있다"며 "식목일을 재조정해 환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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