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적기지 공격능력 이슈 현실화]
달라진 안보환경에 日 여론도 득세
자민당 우익 주도에 반대 의견도 팽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본에서 방위력 강화 여론이 득세하는 와중에, 집권 자민당 내에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주장이 공론화 수순에 들어섰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중국의 대만 침공 우려는 물론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로 일본 내 안보 불안이 현실적으로 재부상한 탓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를 비롯한 우익 진영은 좀 더 확대된 개념인 ‘적 중추 공격’을 거론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3일 실시해 4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방위력 강화에 응답자 64%가 찬성했다. 반대는 27%에 그쳤다. 북한의 핵·미사일을 위협으로 느끼냐는 질문에 ‘대단히 느낀다’가 48%, ‘다소 느낀다’가 38%로 총 86%가 위협으로 인식했다. 이는 2015년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방침 등을 담은 아베 정권의 안보법제 개정안에 반대 시위가 일어났던 당시와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중국, 북한, 러시아 등 주변국 상황 악화... 국민 안보 불안 커져
일본이 느끼는 안보 환경은 급속도로 달라졌다. 평화조약 협상 ‘파트너’였던 러시아와의 관계부터 우크라이나 사태로 돌변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적국으로 맞서 싸운 일본과 러시아는 남쿠릴열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으로 아직도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최근 일본 주변 해역에서 활동을 활발히 하며 경제제재에 나선 일본을 견제하고 있다. 또 2018년 이후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일시 중단했던 북한은 올 들어 11번이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최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
이로 인해 일본 여론은 달라졌다. 국내총생산(GDP)의 1% 선을 유지하던 방위비를 확대하려는 정부 방침이 힘을 얻을 전망이다. 아베 전 총리는 3일 야마구치시에서 열린 자민당 강연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후 독일이 GDP의 2%였던 방위비를 늘리기로 했다며 “일본도 이를 향해 가속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 전 총리는 2022년도에 약 5조4,005억 엔(약 53조4,876억 원)을 책정해 사상 최대였던 방위비 예산을 내년도에는 6조 엔으로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적 기지뿐 아니라 중추 공격 능력도 포함해야"
아베 전 총리는 헌법 9조의 ‘전수방위’(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위력 행사) 원칙을 위협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올해 3대 안보전략문서를 개정하면서 검토 중인 ‘적 기지 공격 능력’과 관련, “기지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 저쪽의 ‘중추’를 공격하는 것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이란 탄도미사일 발사 등 상대국의 공격 움직임이 있을 때 이를 막을 원거리 정밀 타격수단 등을 보유하는 것을 뜻한다. 일본 내에선 선제 공격에 해당한다며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이번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서도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는 찬반이 각각 46%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런데 아베 전 총리는 더 나아가 적의 중추를 공격해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중추가 뭔지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군사시설 본거지나 수도 공격 등 심각한 전쟁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 자민당 출신 거물인 오자와 이치로 중의원(입헌민주당)은 트위터에 “정말로 무서운 일이다, 블라디미르(푸틴 러시아 대통령)와 같은 미래를 보고 있던 것인가”라며, 아베 전 총리를 “일본 민주주의 파괴자를 넘어선 국가의 파괴자”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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