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발동 2건 뿐…그 자체로 검찰 견제"
인수위 "발동 건수 적다고 존립 이유 안 돼"
"우월적 지위 폐해 유발…폐지가 견제·균형"
공수처법 개정 필요…정치권 힘겨루기 예상
법무부 '탈검찰화' 보고엔 "검토한 바 없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24조의 폐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공수처에서 "기관의 존립 근거"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인수위는 "독소 조항"으로 못 박은 것이다.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폐지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새 정부 출범 뒤 24조 개정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의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인수위는 3일 공수처법 24조에 대해 "공수처의 우월적 지위로 수사기관 간 폐해를 유발하는 독소 조항이 분명하다"는 입장문을 냈다. 인수위는 이날 '24조 발동 건수가 실제 2건밖에 없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폐지를 막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인수위는 "발동 건수가 2건밖에 없다고 해서 해당 조항의 존립 근거가 될 수 없다"며 "검찰·경찰과의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도 폐지가 맞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법 24조는 △공수처의 중복 수사 우선권 △고위공직자범죄 인지시 공수처에 통보 의무 규정 등이 골자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 조항 탓에 공수처가 고위공직자범죄 수사를 오히려 뭉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공수처가 출범 뒤 24조에 따라 검경에 이첩을 요청한 사례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부당 채용 의혹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수사외압 의혹 사건 등 2건이다. 조 교육감 사건만 이첩됐고,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은 검찰이 이첩을 거부했다.
인수위는 '24조 폐지를 인수위가 강하게 미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본보가 양측에 확인한 결과, 인수위의 24조 폐지 입장은 지난달 30일 공수처와의 간담회 때도 드러났다. 공수처는 당시 인수위의 폐지 입장에 "24조가 없으면 공수처의 존립 근거가 없어진다"고 밝혔다.
다만 공수처의 수사 우선권을 명시한 24조는 법 개정을 통해서만 변경이 가능해, 24조 폐지 공약이 관철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과반이 훨씬 넘는 172석 거대 야당의 반대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이날 인수위의 강경한 입장 표명에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입장을 전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인수위는 법무부로부터 보고받은 '탈검찰화' 업무 보고와 관련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법무부는 2017년 7월 기준 검사가 보임하던 71개 직위 중 39개 직위에 비(非)검사 내·외부 전문가를 임용했다고 인수위에 보고하면서 "사회 변화에 발 맞춘 국민 중심 행정 혁신으로 법무행정이 한 단계 도약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외부 전문가 이직에 대한 대응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법무부가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성과로 일방적으로 기재한 것이며,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가 없어 입장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인수위는 현직 검사의 정부 부처 파견 축소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는 전반적인 사법개혁 분야 공약 관련 사항을 오는 7일 안철수 인수위원장에게 보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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