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매스티지데코 대표 인터뷰
리빙 인문학, '가구, 집을 갖추다' 펴내
"인테리어 앱 '오늘의 집'을 보면 요즘은 젊은 소비자들도 100만 원 하는 오리지널 디자인 조명, 300만~400만 원 하는 바실리 체어를 사기 시작했어요. 예전에는 다 가품으로 샀거든요."
'돈 자랑'의 영역이 리빙으로 옮겨간 것 아닐까? 가구 회사 매스티지데코의 김지수 대표는 "이런 현상은 기존의 과시적 소비와 조금 다르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저서 '가구, 집을 갖추다(싱긋 발행)'에서 가구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낸 그는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끄는 패션, 차량과 다르게 조명이나 가구는 집에 두고 내가 보기 위해 구매한다"며 "나만의 공간을 취향대로 꾸미고자 하는 가치 소비의 성격이 더 짙다"고 분석했다.
가구가 사람과 공간의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상징적인 장면이 1960년 9월 열린 미국 대통령 후보자 TV토론이다. 여론조사상 리처드 닉슨에게 밀리고 있던 존 F. 케네디는 TV토론에서 젊고 수려한 외모, 자신감 있는 태도를 내세워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다. 이때 케네디가 긍정적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한 공신 중 하나가 덴마크의 가구 디자이너 한스 웨그너의 라운드 의자다. 김 대표는 "다리를 꼰 채로 앉아 있는 케네디의 여유롭고 세련된 자태가 간결한 조형미를 가진 의자와 잘 어울렸다"며 "이후 1960년대 미국에서 스칸디나비아 가구가 유행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가구는 사용하는 시기의 생활상, 시대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당대의 산물"이다. 신분제 사회에서 의자는 곧 권력을 상징했다. 신분이 높을수록 의자는 웅장하고 화려해졌다. 같은 맥락에서 영국의 가구 디자이너인 토머스 치펀데일의 '도시 중산층과 가구 제작자를 위한 가구 지침서(1754년)'는 중요한 사료로 꼽힌다. 김 대표는 "왕족, 귀족이 사용하는 가구를 부러워하며 쫓던 사람들이 그들의 계급 이름이 당당히 들어간 고급형 가구 도록을 가지게 된 것"이라며 "당시 가구의 조형과 소재를 알게 되는 것 외에도 근대를 탄생시킨 주역인 젠트리 계급, 도시 중산층 계급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가늠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른 가구의 흥망성쇠는 현재 진행 중이다. TV를 본방 사수하는 시대는 과거가 됐다. 가족들이 소파에 모여 앉아 맞은편에 놓인 TV를 봤던 거실의 가구 구성에도 자연스레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그는 "앞으로는 거실에 커다란 소파 대신 다용도 테이블과 의자로 구성된 '소파식탁'을 놓고 이를 중심으로 소통하는 방식이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내 리빙 문화가 단순히 유행을 따르던 과거에서 개성과 다양성을 갖추는 방향으로 한 단계 도약했다고 진단한다. 김 대표는 "요즘 세대는 앤티크 가구, 북유럽 스타일 같은 트렌드를 획일적으로 쫓아가는 게 아니라, 개인의 취향을 반영해 공간을 큐레이션하고 있다"며 "'놀고 일하는 우리 집', '나만의 작은 식물원', '부부만의 홈카페'처럼 각자 주체적으로 '나만의 작은 문명'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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