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드라마는 4050 세대들의 잊힌 기억을 소환했고, MZ세대에게는 지난 세대를 조금 이해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오징어 게임처럼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는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규칙의 틀 안에서 상대를 이기려는 선수(player)들의 힘겨운 노력이 재미와 같은 선상에 있다. 또한 게임은 규칙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해야 재미를 더한다.
웹툰 '머니게임'의 성공에 대해 작가는 단순함을 꼽았다. 복잡한 순간 그것은 공부가 되고 더 나가면 간섭이고 규제다. 게임의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시시비비를 가리다 보면 관중은 떠난다. 기업 활동도 마찬가지다. 상대와 경쟁한다는 점에서 보면 일종의 게임이다. 상대보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하여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한다. 성공한 기업가들을 보면 일하는 것이 곧 놀이였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유독 기업 활동 하면 규제가 늘 따라붙는다. 규제가 얼마나 성가시면 '전봇대', '손톱 밑 가시', '신발 속 돌멩이' 등에 빗댄다. 전봇대는 길을 막고, 손톱 밑 가시는 손을 제대로 쓸 수 없게 하며 신발 속 돌멩이는 달리지 못하게 한다. 수족을 제대로 못 쓰게 하니 여간 성가신 게 아니고 제대로의 실력 발휘는 어렵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개혁을 일성으로 내놓지만 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여전히 싸늘하다. 기업 수요자와 정책 공급자들의 눈높이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선수들이 없는 곳에 좋은 프로리그가 탄생하지 않는다. 일정한 시간이 되면 규제를 자동으로 없애는 '규제일몰제', 국제적 흐름과 단절되어 불합리하거나 불편한 '갈라파고스 규제' 혁파, 신산업에 대해 마음껏 시도해 보라는 '규제 샌드박스', 이것만 제대로 작동해도 기업활동은 할 만하다. 그런데 규제라는 태양은 여지없이 다음 날 다시 떠오르고, 다른 나라에 없는 갈라파고스 섬들이 어찌 그리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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