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진 경찰청 직장협의회 위원장 인터뷰>
초대 위원장 맡아 '평등한 조직문화' 천착
특채·여경 이력 살려 비주류 목소리 대변
"경찰 내부 차별 해소 못 하면 국민이 손해"
"출신과 성별의 굴레에서 벗어나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찰 조직이 돼야 합니다."
이소진(42) 경찰청 경위는 경찰청 직장협의회(직협)의 초대 위원장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 내 직협 사무실에서 만난 이 위원장은 "경찰이 능력있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거듭나려면 조직에 만연한 차별적 문화를 없애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경찰 직협은 노조에 준하는 조직이다. 과거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업무를 하는 경찰은 이해관계를 드러내선 안 된다는 이유로 직협을 설립할 수 없었지만, 2020년 6월 공무원직협법이 개정되면서 경찰청과 시·도 경찰청, 경찰관서별로 271개의 직협이 출범해 운영되고 있다. 각 기관의 직협은 기관장과 근무환경 개선, 업무능률 향상, 업무 관련 고충에 관한 사항을 협의할 수 있다. 다만 노조와 달리 파업 등 단체행동권은 행사할 수 없다.
2년 임기로 경찰 조직을 지휘하는 경찰청 직협을 이끌고 있는 이 위원장은 임기를 2개월 앞둔 지금도 조직 내 각종 차별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 그는 "경찰 조직엔 여전히 입직 경로나 성별에 따른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며 "차별적 문화는 경찰관 개개인의 사기 저하와 비효율적 업무로 이어지며 이는 결국 국민에 손해를 끼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경찰 지휘부도 문제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제도적 장치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6월 종료되는) 남은 임기 동안 인사 가이드라인 마련 등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조직 내 차별 문제에 관심이 깊은 건 2007년 사이버 경장 특채로 경찰에 입문한 자신의 이력과도 무관치 않다. '경찰대 출신 남성'이 주류인 본청에서 입직 경로가 '기타'로 분류되는 특채 출신이 경험한 고충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경찰청 직협은 차별 해소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이달 진행될 정례 협의에서 '인사 쿼터제'를 안건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경찰대, 간부후보생 출신 우대와 인맥 위주의 인사 관행이 여전한 현실을, 올해 1월 인사에서 인사 대상자의 출신 비율이 어땠는지를 따져 보여줄 생각"이라며 "입직 경로별 쿼터제가 실시되면 일반직 출신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 공정한 인사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직협과 수뇌부는 매년 두 차례 정례 협의를 갖는데, 이번 협의는 이 위원장 임기 중 마지막 자리다.
직협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이 위원장의 남은 과제다. 그는 "아직도 '직협=싸우는 조직'이라는 편견이 있어서 직협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탄압을 받는 경우가 있다"며 "직협 주도로 지난해 11월부터 경찰서장 인사 평가에 '직협과의 소통 노력' 항목을 추가했는데 이를 시작으로 직협에 대한 구성원 호응과 참여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직협위원장 가운데 유일한 여성인 이 위원장은 최근 불거진 '여경 무용론'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부서 배치와 업무 배분 단계에서부터 여경과 남경을 구분짓는 악습이 있어 직협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경찰청 내 여경 배치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며 "특정 부서에 지나치게 여경이 몰리지 않는지, 승진에 유리한 핵심 업무에서 여경이 소외되는 건 아닌지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 인력이 효율적으로 배치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자리 잡으면 여경 무용론 같은 논란은 사그라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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