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석탄 수입 못 해 하루 13시간씩 단전
전날 대통령 퇴진 시위에 수백 명 참가해
스리랑카에서 극심한 경제난으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스리랑카 정부가 1일(현지시간) 전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은 관보를 통해 치안·공공질서 보호, 필수 서비스 유지를 위해 비상사태 선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수도 콜롬보에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지 하루 만에 나온 조치다.
전날 수백 명의 시위대가 경찰차를 불에 태우고 난투극을 벌이며 대통령 일가의 퇴진을 요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현재 스리랑카에서는 라자팍사 대통령의 친형이자 전직 대통령인 마힌다가 총리를 맡고 있고, 대통령의 동생인 바실 라자팍사는 재무부 장관을 지내고 있다. 또 대통령의 맏형인 차말 라자팍사는 농업부 장관을, 조카인 나말은 체육부 장관을 맡고 있다.
시위가 진정되지 않자 정부는 콜롬보 일부 지역에 통행금지령을 선포했다. 경찰이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이용해 이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53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스리랑카는 최근 에너지난으로 순환 단전을 실시해 주민들이 매일 13시간씩 전기 없이 버티고 있다. 보유 외환이 고갈된 정부가 석유·석탄 수입을 제때 하지 못해 화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건기까지 겹쳐 전력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수력발전도 차질을 빚고 있다.
관광산업에 의존하던 스리랑카는 2019년 '부활절 테러'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았다. 부활절 테러는 2019년 4월 21일 부활절에 콜롬보 등의 호텔 3곳과 성 안토니오 성당 등 교회 3곳에 연쇄 자살폭탄이 터져 270여 명이 숨진 사건이다. 지난해 2분기 12.3% 성장했던 경제는 같은 해 3분기에 1.5%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됐다.
피치 등 주요 신용평가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스리랑카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상태다. 피치는 "스리랑카가 향후 5년간 갚아야 할 외채 260억 달러(약 31조7,000억 원)를 감당하지 못해 국가 부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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