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서비스 위축에 산업생산 2개월째 후퇴
설비투자는 2년 만에 가장 큰 폭 감소
경기선행지수 후퇴에 미국서도 '리세션' 언급
지난해 반짝했던 실물 경제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지난달 전(全) 산업 생산이 전월보다 0.2% 감소하며 2개월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고, 기업들의 체감경기 역시 3개월 연속 악화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내외 변수로 주요 경기지표가 동시다발적으로 후퇴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생산 2개월째 감소에 설비투자도 위축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전 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은 전월보다 0.2% 감소했다. 감소폭은 전월(-0.3%)보다 둔화했으나 감소세는 두 달째 이어졌다. 전 산업 생산이 두 달 연속 감소한 건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1~5월(5개월) 이후 21개월 만이다.
산업별로 보면 공공행정(3.1%)이나 광공업(0.6%) 생산은 늘었지만 대면 소비 위축으로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보다 0.3%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점(-4.0%)과 다중이용시설 이용 자제에 따른 예술·스포츠·여가(-7.3%) 부문에서 크게 줄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건설업 생산(-8.5%)도 두 달 연속 줄었다.
산업 생산이 부침을 겪는 와중에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0.1% 증가하는데 그쳤고,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5.7% 하락했다. 운송장비와 기계류 투자가 모두 감소한 탓이다. 감소폭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2월(-6.5%) 이후 2년 만에 가장 크다.
국내 기업의 체감경기 역시 3개월 연속 곤두박질쳤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모든 산업의 BSI는 83으로, 지난달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3월(83)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12월(87)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월(86)과 2월(85)에 이어 3월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이다.
특히 국내 주력 산업인 제조업 BSI(84)는 지난달보다 7포인트나 빠지며 지난해 2월(8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급난을 겪고 있는 자동차가 전월 대비 24포인트 급락했고, 기타 기계·장비(-13포인트), 전자·영상·통신장비(-10포인트)의 낙폭도 컸다.
김대진 한은 기업통계팀 팀장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와 우크라이나 사태, 공급 병목에 따른 원자재 가격·물류비 상승 영향으로 BSI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3년 만에 최장 기간 선행지수 하락...경기 침체 신호?
문제는 현재의 산업생산·소비·투자가 부진을 면하지 못하는 가운데, 향후 경기 전망 지표 역시 코로나19 발발 이후 최장기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불확실성이 커진 국내외 변수와 맞물려 한국 경제가 악화일로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이날 발표된 2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연속 하락하며 경기 침체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는 2018년 6월부터 2019년 2월까지 9개월 연속 떨어진 후 3년 만에 가장 긴 하락기간이다. 통상 경기선행지수가 6개월 이상 하락하면 경기가 정점을 찍고 하강하는 국면에 가까워진 것으로 해석한다.
주요 경기 지표의 후퇴가 경기 침체의 전조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정부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경기가 변곡점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할 만한 상황인 건 분명하다”며 “반도체 경기와 수출 호조 등 상방 요인도 있어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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