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에탄올 혼합연료 규제 한시 완화 검토
中, 에너지 시설 확충에 역대 최대 투자 단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휘발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치솟자 세계 각국이 '기름값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름값 급등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경제에 직격탄이 되기 때문이다.
美 '에탄올 15% 혼합 연료' 연중판매 검토
31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에탄올이 15% 함유된 연료'에 적용되는 여름철 판매제한 규정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은 2007년부터 모든 수송용 연료에 일정량의 에탄올을 의무적으로 섞는 '신재생연료 의무혼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에서 추출한 에탄올이 혼합연료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원유 수입량도 줄이자는 취지다.
이 제도에 따른 에탄올 의무혼합비율은 현재 10%인데, 최고 15%까지 혼합하면 'E15'로 판매된다. 다만 E15는 여름철을 제외한 8개월 동안만 판매가 허용된다. E15가 더운 날씨에선 더 많은 오존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미 정부가 E15를 연중 팔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옥수수로 만든 에탄올이 현재 휘발유 가격보다 훨씬 싸 에탄올을 더 많이 섞을수록 기름값이 저렴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옥수수 가격을 시작으로 전체 식재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양날의 칼'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국, 에너지 확충에 37조 투자
스페인은 최근 기름값 상승에 따른 서민들의 고충이 커지자 이를 상쇄하기 위해 175억 달러(21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책을 내놨다. 1년 새 60% 뛴 기름값이 전체 물가를 8%나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운송회사 등 일부에만 주던 연료 보조금을 전 시민으로 확대하고 가스 가격에 상한선을 두도록 한 게 골자다. 최근 8년 동안 휘발유 가격이 가장 높게 치솟은 호주도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연료 소비세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자 중국 최대 석유화학 국유기업 시노펙(중국석유화공그룹)은 올해 역대 가장 많은 1,980억 위안(37조6,932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휘발유·가스 정제시설 확충으로 에너지 생산량을 늘려 지정학적 위기에도 에너지 수급에 차질을 빚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날 정부에 유류세 인하 폭을 현재 20%에서 30%로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기름값이 일정 선을 넘으면 그때부터는 소비 자체를 하지 않아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된다"며 "세계 각국이 기름값 잡기에 나서는 만큼 우리도 유류세 인하를 포함한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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