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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안전속도 5030'

입력
2022.03.31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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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시속 50km 속도제한 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서울 광화문 네거리. 뉴스1

시속 50km 속도제한 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서울 광화문 네거리. 뉴스1

전국 도시지역 일반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50㎞, 스쿨존 등 이면도로는 시속 30㎞로 정한 ‘안전속도 5030정책’이 4월이면 시행 1년을 맞는다. 일반도로의 제한속도를 60㎞에서 50㎞로 낮춘 건 1972년 이후 49년 만의 일이었다.

□ 5030정책 시행 이후 100일간 경찰청 통계를 살펴보면 전체 사고사망자, 사고건수, 보행 사망자 등 모든 교통안전지표가 개선됐다. 특히 일반 국민(67%)보다 버스ㆍ택시ㆍ화물차 기사 등 운전을 생업으로 하는 이들의 찬성 비율(74%)이 높았다. 하루 종일 길 위에 있는 운전자들이 원활한 교통 흐름보다 교통 안전 개선을 중시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보행자들의 안전 체감도도 높아졌다. 정책 시행 후 보행자에게 접근하는 차량속도가 느려지고(31.4%) 이전보다 양보하는 차량이 늘었다(23.3%)는 의견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비율이 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배 수준이다.

□ 하지만 5030정책의 안착까지는 변수가 많다. 당장 서울시가 4월 중순부터 17개 한강다리 등 시내 20개 구간에 대해 제한속도를 60㎞로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의 지시로 여론조사를 해보니 제도에 대한 공감이 70%였지만 획일적 적용에 대한 반대 의견도 90%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후보 시절 ‘5030정책의 탄력적 운용’을 제안한 바 있다. 지금은 보행자 접근이 어려운 도로만 규제를 완화하지만 ‘답답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 민선 지자체장들이 외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한 연구에 따르면 제한속도를 60㎞에서 50㎞로 하향할 때 편익(11억 원)이 70㎞에서 60㎞로 낮출 때(2억 원)보다 5배가량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함부로 제한속도를 60㎞로 환원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정부는 7월부터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을 때 통행우선권을 주는 보행자우선도로 시행, 횡단보도 앞 우회전 시 정지의무 강화 등 ‘포스트 5030정책’들을 추진할 계획이다. 불편함을 호소하는 운전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지만 보행자 안전권 강화의 첫발을 디딘 ‘5030정책’이 원칙 없이 흔들려서도 안 된다.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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