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같은 청춘 드라마 한 편이 대중을 사로잡았다. 이 중심에는 김태리라는 반짝반짝 빛나는 주역이 있었다. 김태리는 첫사랑의 풋풋함부터 꿈을 향해 달려가는 벅찬 마음까지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스물다섯 스물하나'만의 색채를 완성했다.
지난달 31일 김태리는 본지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종영 소감 등을 전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998년 시대에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드라마다. 극 중 김태리는 국가대표 펜싱 선수 나희도 역을 맡아 성장하는 청춘의 다채로운 감성을 전달했다.
이날 김태리는 활짝 웃으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환호성과 함께 종영 소감을 전했고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작품에 대한 뜨거운 화제성과 시청률이 이어지면서 그를 행복감에 젖게 했다.
실제로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전국 가구 기준 평균 11.5%, 최고 13.7%를 기록하며 수도권과 전국 모두 지상파 포함 전채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유종의 미를 거둔 만큼 즐거움도 배가됐다. 실제로 김태리는 시청률을 모두 확인했다면서 인터뷰 내내 만족감을 드러냈다. 개인이자 시대의 이야기였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유연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은 김태리의 공이 크다.
종영에 있어서 김태리는 후련한 마음을 먼저 고백했다. 먼저 나희도와 백이진(남주혁)이 헤어지는 새드 엔딩에 대해 만족하냐는 질문에 "결말이 마음에 들고 말고가 없다. 그저 '작가님의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구나'라고 생각했다"면서 간단명료하게 답한 김태리다.
'미스터 션샤인'으로 만난 김의성 응원 가장 기억나
나희도를 완벽하게 그려내기 위해 펜싱 연습을 6개월간 거쳤고 덕분에 살아 숨 쉬는 생동감이 극 내내 흘러넘쳤다. 작품 속 경기하는 장면은 실제 경기를 방불케 할 만큼 긴장감이 가득했다. 이와 관련 김태리는 펜싱 연습과 연기를 병행하느라 몹시 힘들었다면서 고충을 전했다.
실제로 주변 연기자들에게 "죽을 것 같다"고 엄살을 부렸다는 후문이다. 김태리는 "제가 죽을 것 같아서 징징댔다. 다들 걱정해 줬는데 첫 방송 이후 '잘 했다'라고 연락을 받았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김의성 선배님이다. 선배님 보고 싶다"면서 하트를 날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김태리를 그렇게 행복하게 만들었을까. 김태리는 "모든 장면이 너무너무 재밌었다. 극중 '널 가져야겠어'라는 대사도 웃겼다. 정말 재밌어서 미친 듯이 했다. 사실 그 당시에는 고민이 너무 많았다. 이 대사를 뱉는 게 두려웠다. 즐기면서 했으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두려움 속에서 했는데도 잘 나왔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고 전했다. 즐기면서 했기 때문에 이야기와 캐릭터가 더욱 살아 숨 쉴 수 있었던 대목이다.
캐릭터를 억지로 이해 NO, 자연스럽게 '체화'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 당시 정지현 감독이 김태리가 이 작품의 강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김태리가 있어서 나희도가 다채롭게 표현될 수 있었다. 나희도라는 '성장캐'를 그려내기 위해 어떤 고민을 거쳤고 또 연기적으로 강조하고자 했던 부분이 만족스럽게 나왔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김태리는 "이렇게 연기한 게 처음이다. 캐릭터 분석을 많이 안 했다"면서 "제가 자연스럽게 희도를 체화했다. 6개월간 펜싱 레슨을 하면서 성장과 슬럼프를 동시에 느꼈다. 어쭙잖게 희도를 이해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의도적으로, 또 계획적으로 캐릭터에 다가가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희도라는 인물을 몸에 습득시켰고 시청자들의 몰입도 또한 고조됐다.
아울러 캐릭터와의 닮은 점에 대해 "나희도는 혼자 밝은 아이로 성장했다. 저 역시 그렇다. 자수성가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저도 저질러 보는 스타일이다. 다만 나희도는 구김살이 없어서 좌절이 있어도 땅굴을 파지 않는다. 활짝 핀 꽃처럼 찬란하다. 저도 그렇게 하고 싶다. 나희도는 태양 아래 서 있는 아이다. 내 안의 희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웃으면서 답했다.
'성장캐' 남주혁과의 호흡? '척하면 척'
유독 케미스트리가 좋았던 보나(고유림 역)에 대한 극찬이 이어지기도 했다. 평소 아이돌이라는 직업을 존경했다는 김태리는 "보나는 너무 멋있는 친구다. 정말 대단하다. 실제로 멘탈이 세다. 되게 어린 시절부터 무엇이든 쌓아왔다. 생각도 엄청 깊다. 저는 쌓는 경험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보나는 오래 전부터 쌓아왔다. 처음엔 의지가 되도록 노력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보나에게 조언이 필요하지 않았다"면서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또 극을 함께 이끈 주역, 남주혁에 대한 호평도 잊지 않았다. 김태리가 바라본 남주혁은 '성장캐'다. 그는 "남주혁은 연기에 대한 욕심이 크다. 극중 나희도의 이야기가 분량 80%를 차지한다. 남주혁은 자신이 쉬는 시간을 못 참는다. 계속 연기하고 싶다더라. 그 욕심을 저도 갖고 있다. 말이 잘 통했다. 척하면 척이었다"면서 환상적인 호흡을 회상했다. 남주혁의 열정이 김태리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후반부 더 좋은 케미스트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면서 김태리는 "남주혁은 자신의 기분에 상관하지 않고 촬영장 분위기를 잘 이끈다. 저는 그걸 잘 못한다. 훈련이 잘 안됐다. 그동안 현장에서 너무 막내였고 선배들과 작업을 했다. 내가 하려 하니까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스태프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털어놓았다.
스스로의 연기 만족하지 못하는 성격, 원동력이자 단점
지금까지의 김태리의 필모그래피는 꽤 화려하다. 첫 데뷔작인 '아가씨'로 단숨에 주연 대열에 떠올랐다. '아가씨'가 낳은 최고의 라이징스타라 불렸던 것이 무색하게 곧바로 '1987' '리틀 포레스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으로 '흥행 보증 수표'가 됐다. 그럼에도 김태리는 스스로에게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란다. 과거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은 변화해야 할 단점으로 여기고 있다는 솔직한 고백이 돌아왔다.
자신의 연기를 만족하지 못한 만큼 노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스스로를 깎아내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태리는 "이번 작품에서 나 자신을 너무 채찍질을 했다. 이렇게 말하면 드라마를 열심히 찍은 분들과 보는 거에 대해 실례가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더 잘하지 못해서 아쉽다"고 토로했다. 결국 지금의 김태리를 있게 한 것은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이다.
"제겐 저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나의 역사를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죠. 대단한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고 있다는 것, 또 제가 저를 깎아내려도 잘했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해내고 있어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