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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침팬지 반출은 부끄러운 '동물 유기'다

입력
2022.03.29 20: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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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
박정윤올리브동물병원장
서울대공원 침팬지. 서울대공원 제공

서울대공원 침팬지. 서울대공원 제공

꽃피는 봄이다. 남쪽은 벚꽃 소식이 들린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봄나들이를 동물원으로 계획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봄바람은 동물들이 모두 누릴 수 있는 평등한 권리다. 하지만, 따뜻한 봄바람에도 살얼음판에 선 기분일 동물들이 있다. 서울대공원의 침팬지 '광복이'와 '관순이' 남매다.

침팬지 광복이는 2009년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났다. 여동생 관순이는 2012년에 같은 곳에서 태어났다. 특히 아기 침팬지 관순이는 과거 TV 동물프로그램을 통해 무한한 사랑을 받았다. 덕분에 많은 관람객도 동물원을 찾았다. 하지만 그때의 침팬지들은 지금 인도네시아의 '타만 사파리'라는 곳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다른 데로 보내지는 게 문제가 아니다. 문제의 초점은 이들이 가게 될 곳이다.

사실 동물원에서 동물을 반출입 하는 것은 흔하다. 동물원들은 비용 대비 효율적으로 목적에 따라 동물을 사고팔거나 빌리면서 동물 수를 유지한다. 서울대공원은 AZA인증을 받은 동물원이다. AZA인증은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merican Zoo and Aquqrium Association)가 운영하는 국제적 인증 제도로 동물복지, 보전과 과학연구, 생태교육, 안전훈련 등의 기준에서 최고 수준의 국제기준을 갖는다. AZA인증을 거치며 서울대공원은 동물원의 역할을 동물쇼와 전시 위주의 동물원에서 동물복지와 멸종 위기종 종보전으로 바꾸겠노라 밝힌 바 있다.

AZA 규정에 따르면 AZA 회원 기관은 잉여동물을 인증받지 않은 다른 시설로 넘기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타만 사파리'는 현지의 동물단체에서도 '인도적 여행을 위해 방문을 자제해야 할 곳'으로 안내하는 동물학대 시설이다. 기억하는 이들도 있으리라, 몇 년 전 동남아에서 호랑이와 사자에게 진정제를 투여한 뒤 관람객이 쓰다듬으며 사진을 찍는 체험 관광이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타만 사파리'가 바로 그곳이다. 심지어 아직도 호랑이쇼, 돌고래쇼, 심지어 강아지쇼 등 각종 동물쇼가 자행된다.

서울대공원 측은 두 남매를 쇼에 동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며 면피를 하려 하지만, 동물을 오락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곳에서 사육되는 건 인도적인 처사가 맞을까? 게다가 이들이 낳은 새끼들은 쇼에 쓰일 수 있는데, 그것은 고려조차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타만 사파리에 보내진 뒤 그곳 소유물이 된 후엔 두 침팬지를 더 이상한 시설에 보낸다 해도 서울대공원은 그걸 제어할 권한이 없다.

한국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서울대공원의 이런 행태는 처음이 아니다. AZA에 가입하기 위해 잉여동물인 알락꼬리 원숭이들을 대구와 부산 체험동물원에 보낸 전적이 있다. 그 뒤에 부산 동물원에서 원숭이들 일부를 제주 체험동물원으로 보냈다. 제주 체험동물원은 열악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처음부터 열악한 환경에 보낼 의도는 아니었더라도, 근본적인 책임은 서울대공원에 있다고 보여진다.

광복이와 관순이는 '비순혈' 개체라는 이유로 반출 대상이 되었다. 동물원 측은 비순혈 개체는 새끼를 낳아도 유전적 가치가 없다고 한다.

비순혈. 침팬지 잡종, 개로 치면 잡종견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비순혈 개체도 국제 멸종 위기종인 침팬지임에는 변함이 없다. 게다가 동물원의 논리대로면, 처음부터 낳지 말았어야 했다. 관순이도 광복이도 태어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필요할 때는 번식을 시켜서 이용하다가 이제 잉여동물이 되어 관리가 어려워지니 종보전을 핑계로 버리는 셈이다.

사육되는 침팬지의 경우 평균 수명은 40~50년이다. 두 남매는 이제 10살, 13살이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 청소년기를 마친 셈인데, 남은 수십 년을 죽지 못해 살아야 할지 모른다.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침팬지의 경우,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야생동물을 감금 전시하는 윤리적 문제는 제기하지 않겠다. 원론적인 문제를 떠나서, 동물원의 명분에 동의한다는 전제하에 판단해도 충분히 비상식적인 처사다.

서울대공원의 태도는 키우던 반려동물을 버리는 이기적인 인간 유형과 닮았다. 귀엽고 앙증맞은 때에 키우다 귀찮아지니 다른 집에 보내는 식의 전형적인 '동물 유기'와 매한가지다. 심지어 주위에서 입양 보내려는 곳이 형편없다 말려도 '괜찮아, 잘 키워준다고 약속했어' 하며 일단 내 눈앞에서만 없어지면 된다는 식이다.

참고로, 서울대공원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내 대표 공영 동물원이다. AZA 인증까지 받은 대표적인 공영 동물원에서 번번이 협회 규정을 위반하는 것은 국제적인 망신이다. 세금을 내는 시민으로서 우리는 이런 무책임한 관행에 반대할 자격이 충분하다. 사육 시설을 개선해서 그대로 키우거나, 정 보내야 한다면 침팬지 생츄어리로 보내지거나 AZA인증을 받은 곳으로 보내야 한다. 국민청원으로, 민원으로, 제인 구달 선생님께 메일이라도 보내서 꼭 두 남매를 도와주자. 부끄러워서 못살겠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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