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 미술전 한국관 전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영철(오른쪽) 예술감독이 전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술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베니스비엔날레 개막을 한 달 앞두고 한국관 전시의 전모가 공개됐다. 준비 과정에서 잇따른 갈등이 급하게 봉합되면서 우려 속에 한국관이 막을 올리게 됐다.
한국관 기획을 맡은 이영철(65) 예술감독과 설치미술가 김윤철(52) 작가는 29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지난해 말 전시 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내부 갈등으로 일정이 지연된 바 있다.
베니스비엔날레는 격년제로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미술제다. 나라별로 대표 작가를 보내 국가관 전시를 하고, 수상 경쟁을 하는 게 특징이다. 감독과 작가가 한팀이 돼 경기를 뛰는 셈이다. 올해 한국관 전시를 앞두고는 개막 전부터 심각한 불협화음을 드러냈다. 감독 선정을 둘러싼 불공정 절차가 드러나 재심사를 진행했고, 감독의 갑질 논란(제작비 미지급) 등 작가와 감독 간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도 했다. 기존 감독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났으나 감독 해촉 절차까지 밟는 등 초유의 사태가 계속됐다.
김 작가는 "특히 행정적 절차들 때문에 100% 합의하에 되는 전시는 없을 것"이라며 "저와 감독의 충돌도 있었고, (한국관 전시의 커미셔너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갈등도 많았다"고 했다. 이 감독의 사과와 문화예술위의 제도 개선 약속을 받았다고는 하나 급한 불만 끈 모양새다. 김 작가는 "그사이 일이 워낙 많았다. 아직 정리가 안 됐다"며 "목적지가 얼마 안 남았다. 일단 마음을 모아 좋은 작품을 해야 된다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이 감독은 일련의 과정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행정적 절차 부분에서 손쓸 수 없는 부분이 많았고 앞으로 문화예술위가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고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운데 한국관은 김 작가의 신작 3점을 포함한 총 7점의 설치 작품으로 채워진다. 주제는 '나선'이다. 팬데믹으로 혼란스러운 작금의 상황과 도래하는 시대에 대한 기대가 만나는 경계를 상징한다. 이 감독은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도 나선과 닮았다"며 "한국관 전시를 잘 마무리하고 오겠다"고 했다.
베니스비엔날레는 4월 23일부터 11월 27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현지 카스텔로 자르디니 공원과 아르세날레 전시장 등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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