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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봐, 이게 언니들의 진짜 록이야"... 해외서 인기몰이 중인 신인 여성 록 밴드 롤링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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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봐, 이게 언니들의 진짜 록이야"... 해외서 인기몰이 중인 신인 여성 록 밴드 롤링쿼츠

입력
2022.03.30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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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롤링쿼츠(왼쪽부터 영은, 아이리, 현정, 자영, 아름)는 "데뷔 후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공연만 했는데 하루빨리 대면 공연을 열어 최근 제의가 들어오고 있는 해외 콘서트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롤링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18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롤링쿼츠(왼쪽부터 영은, 아이리, 현정, 자영, 아름)는 "데뷔 후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공연만 했는데 하루빨리 대면 공연을 열어 최근 제의가 들어오고 있는 해외 콘서트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롤링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친구들 만나서 음악을 한다고 말하면 어떤 걸 하냐고 물어요. 록을 한다고 하면 대화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더라고요. 관심도 없고 잘 모르니까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아요. 그룹 멤버를 모을 때도 록을 한다고 하면 안 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고교 동창인 자영(그룹 롤링쿼츠 보컬)과 영은(드럼)은 또래 친구들 중에서도 별종이었다. K팝과 힙합, 발라드를 듣는 친구들 사이에서 록을 좋아하는 것부터 평범한 취미가 아닌데 록을 연주한다니. 그나마 예술고등학교 출신이었던 둘은 취향을 공유하며 함께 음악 활동을 할 수 있었지만 인문계 고교 출신인 아이리(기타)는 홀로 고독한 로커의 길을 걸어야 했다. “너 진짜 록 하는 거야?” “너 아직도 록 해?”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들었다. “철없는 녀석, 아마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아요. 뭔가 어렵고 심오한 걸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롤링쿼츠는 K팝과 힙합의 시대에 정통 록을 들고 나온 밴드다. 영은과 자영이 기타리스트 현정을 만나 결성한 3인조 밴드 로즈쿼츠와 아름과 아이리가 몸담고 있던 롤링걸스가 만나 롤링쿼츠가 됐다. 하드 록 장르의 인기가 쇠퇴하면서 남성 록 밴드들조차 보드랍고 말랑해진 음악을 연주하는 마당에 여성으로만 구성된 이 밴드는 강렬한 록을 연주한다. 대중적 멜로디의 펑크 록을 중심으로 가끔 헤비 메탈도 연주한다. 멤버들이 연주는 물론 작사, 작곡, 편곡에도 대부분 참여한다.

2019년 결성돼 2020년 12월 첫 싱글 ‘블레이즈’로 데뷔하고 지난달 첫 미니앨범(EP) ‘파이팅(Fighting)’을 냈는데 국내외 반응이 심상찮다. 아이튠스 월드와이드 앨범 일간 차트에서 ‘파이팅’은 23위까지 올랐고, ‘블레이즈’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 수는 100만 뷰에 이른다. 신인 인디 밴드로선 흔치 않은 기록이다. 이들의 가능성을 알아본 그룹 015B의 장호일과 가수 김장훈은 이들에게 협업을 제의해 신곡 발표로 이어지기도 했다.

K팝 아이돌 그룹을 연상시키는 외모에 록을 연주하는 독특한 콘셉트 덕에 해외 팬들도 크게 늘었다.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등 시각적인 콘셉트는 멤버들이 직접 정했다. “저희 다섯 명이 처음 만났을 때 놀란 게 서로 머리 색깔이 다 다르다는 것이었어요. 그만큼 음악 취향도 서로 조금씩 다르고요. 록이라는 장르 안에서 저희의 머리 색깔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자영, 아이리)

록 밴드가 가장 밝게 빛나는 공간은 관객과 함께하는 콘서트 현장이지만 이들은 팬데믹 기간에 데뷔하는 바람에 아직 대면 콘서트를 한 번도 열지 못했다. 롤링쿼츠는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았다. 수시로 온라인 공연을 열어 국내·외 팬들과 교감했다. “처음엔 ‘현타(현실 자각 타임)’ 같은 게 왔어요. 어색하고 어려웠죠. 약간은 연기를 해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실시간으로 댓글을 보면서 교감하며 공연할 수 있는 장점도 있고 온라인 공연만의 묘미가 있더라고요. 온라인 공연과 유튜브 활동 덕에 해외 팬들과 많이 만날 수 있었죠. 얻은 게 많아요.”(영은, 아름)

롤링쿼츠는 여성 밴드 중 롤모델이 어떤 팀인지 묻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록을 하는 여성 밴드가 거의 없잖아요. 저희를 가리켜 개척자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우리가 입지를 다져놓으면 후배 여성 록 밴드가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게 되고요. 듣기 편하고 따라부르고 싶어지는 음악, 앨범 제목처럼 에너지를 주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여성 밴드라서 여성스러운 록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남성 밴드가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록 음악으로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영은, 현정)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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