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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이사회 입성하는 3040 여성들... "이제 시작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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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이사회 입성하는 3040 여성들... "이제 시작일뿐"

입력
2022.03.30 04:30
수정
2022.03.30 08:35
2면
0 0

2022 대기업 정기주주총회서
1980년대생 여성들 선임 눈길
자본시장법 개정·ESG경영 힘입어
업계 "여성 이사 선임 더 늘어나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식품 대기업 오뚜기는 최근 정기주주총회에서 신규 여성 사외이사로 1980년대생 선경아(40) 가천대 관광경영학과 부교수를 선임했다. 1969년 회사 창립 이후 첫 여성 등기임원이자, 미등기 임원까지 통틀어 유일한 40대 임원이다. 올해 8월부터 시행될 개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 기준 충족을 위한 선임이란 분석이 우세하지만, 외식탐구에 열중해 온 선 교수의 전문성이 신규 이사 선임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되는 대기업 주총에서 여성 임원 선출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실력파’ 3040 여성 임원들의 당찬 도전도 이목을 끌고 있다. 그간 대기업 임원은 연륜을 갖춘 60대 이상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자산총액(또는 자본금) 2조 원 이상의 상장기업이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채우면 안 된다는 규정을 추가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과 맞물려 기업들 또한 급변하는 시장 흐름에 상대적으로 밝은 30~40대 임원을 과감하게 발탁하는 모습이다.

100대기업 사외이사 성별 비율 현황

100대기업 사외이사 성별 비율 현황


실제 호텔외식경영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선 교수는 미국 템플대 관광·호스피털리티 조교수를 역임하고 최근 수년 사이 프랜차이즈 외식 기업 관련 주제로 활발한 연구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지닌 금융업계에선 30대 여성 사외이사가 선임되기도 했다. BNK금융지주가 첫 여성 사외이사로 1983년생 김수희 변호사를 선임하면서다. 김 변호사는 앞서 BNK캐피탈 사외이사, 부산은행 사외이사를 맡으며 능력을 입증했단 평가다.

업계에선 3040 여성들의 사외이사 선임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까진 한국전력이 사외이사로 선임한 1987년생 방수란 변호사, 1983년생 박소라 E1 이사, 1981년생 전미영 롯데쇼핑 이사 등 3040 여성이사가 손에 꼽힐 정도였지만, 법 개정 및 기업 안팎의 인식 변화가 가속화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이사회에선 남성 중심 임원과 보수적인 문화가 자리잡아 여성들의 진입이 ‘유리천장’으로 여겨졌지만, 법 개정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확산으로 기존 관행을 깬 사외이사 선출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전히 대기업 이사진 구성이 남성 중심적이란 목소리도 만만찮다. 그나마 법 개정으로 기업 내 여성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시작한 것일 뿐 다른 나라에 비해 여성 사외이사 선임 비율은 여전히 낮단 얘기다. 헤드헌팅업체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448명 가운데 남성이 381명(85%), 여성이 67명(15%)이다. 재작년 여성 사외이사 비율(7.9%)보다 크게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소속된 기업의 전체 이사 중 여성 비율은 지난해 30%를 넘어섰다.

유니코써치 관계자는 “최근 국내 재계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영입하려는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여성 사외이사 인재후보군이 매우 적어 기업에서 마땅한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으며 “앞으로 더 많은 여성 사외이사 인재를 육성하고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갖춰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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