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추경 구체적 사항 실무진 협의하기로
한국판 뉴딜 예산 삭감 등 재원 마련 과정서
갈등의 불씨 여전...모자란 예산 적자국채 발행 우려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이 28일 열린 청와대 회동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정면충돌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신·구 권력 간 갈등은 일단 봉합되는 모양새다.
양측이 향후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윤석열 당선인이 1호 공약으로 내건 50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하지만 실무협의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브랜드 정책’ 예산을 줄이려는 당선인 측과 이를 반대하는 문재인 정부 간의 충돌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청와대 회동에 배석한 뒤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추경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구체적 사항을 실무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윤 당선인의 50조 원 규모 4월 추경 요구에 대해 현 정부가 사실상 힘을 실어준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윤 당선인 취임 전인 다음 달에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다면 역대 정권 중 인수위가 가동되던 시기에 낸 두 번째 추경안이 된다. 첫 번째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와 정부가 비상경제대책위원회를 꾸려 추경안을 편성했었다.
대선 이후 △감사원 감사위원 선임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놓고 대립해 온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4월 추경 편성 여부를 놓고도 그간 힘겨루기를 해왔다. “조속히 추경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해 달라”는 인수위 요청에 정부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신·구 권력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회동에서 양측 갈등이 봉합되면서 윤 당선인 측은 추경 편성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윤 당선인 측은 추경 편성에 부정적인 재정당국도 청와대가 나서 설득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국회가 추경안을 심의·의결하려면 정부의 추경안 제출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추경 규모와 재원 조달 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적자국채 발행은 후순위에 두고 있다고 밝힌 인수위는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수십 조 원의 추경 재원을 마련하겠단 방침이다.
하지만 지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게 연내 집행이 어려워진 예산을 대상으로 하는데, 3월 현재 예산 사업이 한창 집행 중이라 어떤 사업을 얼마나 줄여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인수위가 대표적인 구조조정 대상으로 꼽은 한국판 뉴딜 사업은 문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브랜드 정책인 만큼 문재인 정부가 여기에 동의할 가능성은 적다.
설사 문재인 정부가 양보한다고 해도 한국판 뉴딜 사업 예산 33조1,000억 원 중 11조4,000억 원은 청년 등에게 투입되는 휴먼 뉴딜 예산이다. 이를 줄일 경우 수혜자의 반발이 예상돼 구조조정하기가 쉽지 않다. 18조 원의 지난해 일반회계 세계잉여금 중 추경 재원으로 쓸 수 있는 돈도 3조4,000억 원에 불과해 수십 조 원의 추경 재원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모자란 돈은 또다시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재정준칙 도입까지 공약으로 내걸었던 윤 당선인의 추경 드라이브로 국가채무가 되레 늘어날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현재 나랏빚은 올해 1차 추경 기준 1,075조7,000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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