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병환 성주군수
얼마 전, 트로트 요정 김다현(13)양을 '성주 참외'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위촉식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준비 작업의 8할은 가장 맛있는 참외를 선별해 준비하는 일이었다. 다현 양과 그의 부친인 김봉곤 훈장을 깜짝 놀라게 해줄 생각이었다.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성주 참외 중 상품(上品)을 맛본 사람들은 대부분 "참외가 이렇게까지 맛있을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니까. 위촉식이라는 무대의 진짜 주인공은 '성주 참외'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처음엔 '전략'대로 흘러갔다. 참외를 맛본 다현 양 일행은 감탄을 연발했다. 일본까지 수출하는 성주 참외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싶어 내심 뿌듯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이 미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참외에 쏟아졌던 감탄사가 점점 다른 곳으로 향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바다로 향하는 강물처럼 크고 작은 감탄이 쉼 없이 흘러간 곳은 다름 아닌 다현 양이었다.
우선 워낙 큰 방송을 많이 한 까닭인지 위촉식에서 맡은 임무를 척척 해냈다. 방송에서 익히 보아온 모습이었으나 실제로 보니 감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더 눈에 띈 것은 말과 행동에 밴 예의와 배려였다. 외모는 텔레비전에서 보던 것보다 앳되어 보였으나 행동과 말투는 나이답지 않게 너무도 의젓했다. 관계자 한 명 한 명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어른의 말이 끝나고 나서야 대답을 했다. 식사를 할 때도 어른들이 먼저 수저를 들어야 그때서야 음식을 입으로 가져갔다. 이 모든 행동들이 봄이 오면 꽃이 피고 햇볕에 과실이 익어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김 훈장에게 서당 교육을 받았다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그 교육의 영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있자니 내심 감탄의 연속이었다.
행사를 함께한 군청 직원들도 톱스타를 직접 대면한다는 설렘에서 어느 사이 다현 양의 인간적인 매력이 푹 빠졌다. 우리 조상들은 명창의 조건을 논할 때 ‘인물치레’를 첫 손에 꼽았다. 소리꾼의 풍채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인품을 의미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권선징악의 주제를 품고 있는 소리를 하는 소리꾼이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면 누가 그 소리에 감동을 하겠는가. 그런 면에서 다현 양은 전통 소리꾼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소녀 명창'이다.
그러고 보니 참외 홍보 대사로 딱이다. 성주 참외의 아삭한 식감과 다디단 맛은 농부의 정성이요 진심이다. 그래서 감동의 맛이 가능하다. 다현 양의 노래가 꼭 그런 것처럼. 그저 유명인이 아니라 어린 나이에 벌써 '인물'을 갖추어가고 있는 다현 양이 농민의 땀과 진심을 대변하기에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올해 참외 매출 목표는 6,000억이다. 다현 양 덕분에 너끈히 달성할 수 있을 듯하다. 코로나19로 어렵고 힘든 시기, 먼 길 달려와 큰힘을 보태준 김봉곤 훈장과 다현 양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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