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박명수는 재평가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스타들 중 한 명이다. 그의 호통왕 이미지는 '대인배 일침러'로 바뀌었다. 선한 영향력이 이어져온 상황 속에서 박명수의 가식 없는 언행은 점차 빛을 발하게 됐다.
박명수는 최근 자신이 진행하는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 주차돼 있던 차를 회사 동료가 긁었다는 청취자에게 조언을 건넸다. 청취자는 동료에게 차를 고치는 비용을 받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이에 박명수는 "살짝 긁힌 건 닦으면 지워지기도 한다. 그런데 보기 안 좋은 경우에는 고쳐주는 게 예의"라고 답했다. 정말 친한 사이라면 수리를 해주는 게 옳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렇게 말했지만 정작 그는 과거 교통사고 후 상대에게 수리비를 청구하지 않았다. 박명수는 2015년 자신이 탄 차를 택시가 들이박았을 당시 수리비를 본인이 부담했다. 2019년 스쿨버스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상대 운전자의 사정을 고려해 돈을 받지 않았다. 라디오 방송에서 박명수는 중고차로 팔 때 몇 백만 원 손해를 봤다고 밝히면서 "속이 짰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잘한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박명수는 과거 수리비와 관련해 선한 행보를 보였으나, 이를 청취자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박명수가 가진 기준에 따르면 두 가지 경우에 친분이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박명수는 착한 이미지를 챙기려고 하기보다는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많은 이들이 그의 가식 없는 의견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지인에게 피해를 준 채 그저 넘어가려고 했던 이가 들었다면 뜨끔할 법한 이야기였다.
물론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는지에 따라 그 파급력이 다른 법이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지 않은 채 타인에게 지적만을 한다면 그의 말을 속 시원한 일침이라고 칭할 이는 없다. 이전의 꾸준한 선행들이 있었기에 대중은 박명수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박명수는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아동들을 지원해왔다. 여러 아동들이 그 덕에 인공와우 수술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작곡가 겸 가수 유재환은 과거 SBS 러브FM '허지웅쇼'에서 박명수가 보육원으로 치킨을 자주 보낸다고 했다. 박명수의 선한 영향력을 오랜 시간 지켜봐온 대중은 박명수를 호통왕이 아닌 할 말은 하는 대인배로 바라보게 됐다.
대중은 더 이상 드라마, 영화 속 마음을 답답하게 만드는 천사표 주인공들에게 열광하지 않는다. 자신을 향한 공격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이들이 사랑받는 중이다. JTBC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편'의 진하경(박민영)은 자신을 화나게 만드는 한기준(윤박)에게 거침없이 욕을 했다. SBS '사내맞선' 신하리(김세정)는 가족이 운영하는 치킨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는 이에게 화를 냈다. 물론 이들이 항상 분노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니다. 자신이 정해둔 선을 상대가 넘었다고 생각할 때 일침을 가할 뿐이다. 선한 행동을 꾸준히 해왔지만 옳지 않은 일과 관련해서는 당당하게 생각을 표현하는 박명수가 응원받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무한도전'의 독설가였던 그는 대중의 재평가를 통해 착한 일침러로 거듭나게 됐다. 그가 앞으로 들려줄 이야기, 보여줄 행동에도 시선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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