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 대기업에 편중된 임금 상승은 단지 '그들만의 잔치'에 그치지 않는다. 갈수록 세를 불리는 임금인상 목소리 속에 비용부담이 커지는 기업들은 그만큼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의 임금격차가 더 벌어질수록, 중소기업은 인재유출과 추가 부담 사이에서 심각한 생존 위기를 겪게 된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임금 양극화를 줄일 생산성 향상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갈수록 커지는 "이익 공유" 요구
28일 경영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들의 잇따른 임금 인상 행렬은 추가적인 보상요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 최근 수년 사이 대기업 노조들은 회사의 수익 상당부분을 직원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논리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현대차·기아 노조는 순이익의 30%(현대차 노조), 영업이익의 30%(기아 노조)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노조도 지난해 연봉 1,000만 원 일괄 인상과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급여 지급 체계 공개 등을 요구했다. 지난해 8%대로 임금을 올린 SK하이닉스의 경우 연봉인상생산성 격려금(PI)과 초과이익분배금(PS) 등을 합해 20% 안팎의 임금 인상 효과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회사 발전에 기여한 직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보상이 적정선을 넘어 경쟁적으로 치달을 경우 치러야 할 대가도 만만치 않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28일 “경영진 입장에선 임금 등 고정비가 이례적으로 늘어나면 신사업 투자 위축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한번 높아진 임금 수준은 쉽게 줄이기도 어려워 장기적으로 기업 성장성이 둔화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요즘과 반대로 기업의 실적이 악화될 때는 고정비 부담을 놓고 노사갈등이 커질 수도 있다. 여기에 기업 주주들은 "기업의 이익은 일차적으로 주주의 몫"임을 강조하며, 임금보다 배당금 지급 상향이 우선이란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임금격차 2배 이상"… 중소기업은 생존 걱정
대기업의 임금 독주는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다. 이미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는 2배 이상 벌어져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결과'를 보면 대기업 평균 보수는 529만 원, 중소기업은 259만 원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여기에 더 격차가 벌어질 경우, 당장 커지는 임금 격차로 인한 박탈감은 물론 급여 지급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인재를 뺏기면서도 '뱁새가 황새를 따라갈 수 있겠냐'며 속수무책이라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성기동 중소기업중앙회 실장은 "인력 수급이 불안정하니 생산성도 떨어지는 악순환에 놓였다"고 호소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도 "가령 넥슨이 인건비를 올리면 IT중소기업이 요동치고, IT분야가 아닌 전통산업 분야 중소기업은 박탈감만 커지게 된다"고 현실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해소하려면 △생산성 향상과 △성과 공유라는 2가지 바퀴를 함께 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박사는 “중소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려면 자동화 등 작업환경 개선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정부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성과를 근로자와 적극 공유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만 요구하면 근로자의 근로여건이 더 어려워질 수 있지만, 이를 공유하면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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