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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Know] 1,000년을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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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Know] 1,000년을 산다는 것

입력
2022.03.27 19: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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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경제(economy)와 기업(enterprise)은 단순명사인데도 불구하고 "살아야 한다"라는 술어를 덧붙여서 생명을 불어 넣을때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 때문에 삶이 풍요롭거나, 반대로 궁핍하게 됩니다. 우리가 경제정책과 기업제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이 경제와 기업 이야기를 우리의 삶과 연결시켜 풀어갑니다.

기업이 오래 생존하기 위해서는 한 우물 파기를 하면서 동시에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기업이 오래 생존하기 위해서는 한 우물 파기를 하면서 동시에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지구상 모든 살아 움직이는 것에는 수명이 있다. 평균 2~3일 사는 하루살이부터 200년 이상 살 수 있는 북극고래까지 생명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우리 인류의 기대수명은 80년 내외다. 성경 속 기록에 따르면, 인류 최장수는 '므두셀라(Methuselah)'다. 969년을 살았으니 불로초를 찾아 헤맸던 진시황 입장에서는 꿈 같은 얘기고, 현대인들보다도 10배 이상 더 산 셈이다.

생명체에만 수명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기업도 사람취급 받는다. 그래서 법인(法人)이라고 부른다. 즉 법적으로 사람취급 받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기업은 사람처럼 여러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다. 회사의 역사가 오래된 기업을 '장수기업'이라고 한다. 기업이 오래 생존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한 우물 파기를 하면서 동시에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은 일본의 건설회사 '곤고구미'다. 세계적으로 장수기업을 많이 배출한 나라를 꼽는다면 일본과 독일이다.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공약에서 가업승계지원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 찾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장수기업이 많지 않은 것은 경제발전 역사가 짧고, '작은 게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는 정책설계, 기업에 대한 편향된 시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철저한 신분질서 속에서 기업하는 사람들은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 갑을병정(甲乙丙丁) 서열로 따지면 갑도 을도 아닌 병정(丙丁)에 속한 낮은 신분이었다. 이런 신분질서가 해체된 지 100년이 더 지났는데도 우리 유전자 속에 여전히 살아남아 펄떡인다. 먹고사는 것이 급할 때는 사(士)자 공(公)자 직업 선호했다 치더라도 신인류로 취급받는 MZ세대와 동거하는 시기인데 인식의 변화는 크지 않다. 우리 뼛속 깊이부터 바꾸지 않으면 장수기업 나오기 어렵다. 교육도 바뀌고 기업환경도 바뀌어야 한다. 장수기업 많이 만들어 사공(士公) 아니라 사원(社員)이 많은 나라가 부강한 나라가 될 것이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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