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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인수' 잔금 2743억 못 낸 에디슨모터스... 무리한 계약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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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인수' 잔금 2743억 못 낸 에디슨모터스... 무리한 계약이었나

입력
2022.03.28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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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모터스, 法에 "관리인집회 미뤄달라"
法 허가 시, 관리인집회 5월로 연기
法 불허 시, 쌍용차 인수 당분간 '안갯속'
에디슨 측 "돈은 준비돼 있다" 자금부족 부인

쌍용차 부품 등 협력사로 구성된 상거래채권단 정연국 단장(왼쪽)과 최병훈 사무총장이 지난 21일 쌍용차 회생계획 탄원서와 반대 동의서를 제출하기 위해 서울회생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쌍용차 부품 등 협력사로 구성된 상거래채권단 정연국 단장(왼쪽)과 최병훈 사무총장이 지난 21일 쌍용차 회생계획 탄원서와 반대 동의서를 제출하기 위해 서울회생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대금 잔금일에 잔금 납부 대신 돌연 "관계인집회 일정을 한 달 뒤로 연기해달라"며 법원에 요청서를 제출하면서다. 이에 따라 쌍용차 인수를 둘러싼 시선은 법원으로 쏠리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의 허가 여부에 따라선 에디슨모터스에 매각 대금 마련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법원의 허가 여부와 무관하게 현재까지 진행된 과정에서 나온 파열음 등에 비춰볼 때 인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내달 1일 오후 3시로 예정됐던 쌍용차 회생계획안 심리·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는 무산될 전망이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28일 관계인집회를 내달 1일 개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법원은 당시 에디슨모터스에 관계인집회 개최일 5영업일 전인 지난 25일까지 인수대금 전액 납입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에디슨모터스는 앞서 계약금으로 지급한 305억 원을 제외한 잔금 2,743억 원을 내야 했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스는 이날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에 "관계인집회 개최일을 5월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고, EY한영회계법인은 이를 법원에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관계인집회 연기 신청 수용해도 전망은 '부정적'

쌍용차의 운명은 이제 법원의 손으로 넘어갔다. 만약 법원이 에디슨모터스의 관계인집회 연기 신청을 수용한다면, 에디슨모터스의 매각대금 납부일은 관계인집회 개최일 5영업일 전으로 자동 연장된다. 이 경우 에디슨모터스는 매각대금을 마련할 시간적인 여유도 얻게 된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관계인집회가 연기된 가운데 쌍용차에서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추후 인수대금도 납입되면 인수 절차는 지속될 수 있다.

문제는 에디슨모터스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형성된 불신이다. 쌍용차와 노조, 상거래 채권단 등은 모두 에디슨모터스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을 표출하고 있다. 당장, 잔금 납부일을 어긴 에디슨모터스에 대해 쌍용차의 긍정적인 평가를 기대하긴 어렵다. 에디슨모터스가 잔금 납입 기한 전부터 관계인집회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했지만, 쌍용차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말해, 인수 대금을 납입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속내로 해석된다.

특히 노조와 상거래 채권단이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력을 이유로 인수를 반대하고 있는 점도 에디슨모터스 입장에선 걸림돌이다. 쌍용차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지 10개월 만인 지난달 28일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회생채권 변제율이 1.75%에 불과해 채권단의 동의를 받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법원 기각→쌍용차 계약해지…예상된 '플랜B'도 캄캄

에디슨모터스의 요청을 법원에서 기각한다면 쌍용차 인수는 당분간 안갯속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전개될 시나리오는 쌍용차에서 에디슨모터스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인수자 찾기에 나서는 방향이다. 하지만 기업회생절차 중인 쌍용차에서 에디슨모터스와의 계약 해지에 대비한 '플랜B'까지 마련했을 가능성은 낮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회생절차에 돌입한 이후 에디슨모터스가 지난해 여름부터 인수를 위한 절차를 밟아왔고, 에디슨모터스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이후 다른 곳들은 드롭(인수 포기)한 상황이다"라며 "인수 계약이 해지된다면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법원이 주도적으로 나설 것이고 쌍용차 입장에선 다소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다시 기약도 없는 쌍용차 인수자 찾기에 나설 공산이 크단 얘기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계약 연혁. 그래픽=김문중 기자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계약 연혁. 그래픽=김문중 기자


에디슨모터스 측 "여전히 쌍용차 인수 의지 강하다"...인수 무산설 부인

이에 대해 에디슨모터스 측은 여전히 쌍용차 인수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관계인 집회 연기와 함께 쌍용차 인수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게 에디슨모터스 측의 확고한 입장이다. 에디슨모터스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쌍용차 인수 무산설에 대해 “우리는 인수 의지가 강하고 (자동차 관련) 기술도 있다”며 “쌍용차를 인수해 잘 살리겠다는 게 우리 의지”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채권단 반발이 워낙 심해서 (관리인집회를) 강행해봤자 (당장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 연기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에디슨모터스는 또 자금 부족으로 납부기한을 지키지 못했다는 항간의 의혹도 강하게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돈은 준비돼있다”며 “다만 지금 (잔금을) 내면 우리가 (채권단에) 끌려다니게 되기 때문에 내지 않았을 뿐이다”라면서 채권단과의 협상 전략에 따라 잔금 납부를 미뤘다고 주장했다.

애초에 먹구름? '새우가 고래를 품은 격'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국 애초부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시도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반응도 나온다. 에디슨모터스는 지상파 방송 프로듀서(PD) 출신인 강영권 회장이 운영 중인 전기버스 생산 전문 업체로, 지난 2020년 기준 매출은 897억 원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쌍용차 매출은 2조9,297억 원에 달했다. 일각에서 '새우가 고래를 품은 격'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배경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는 애초 재무적 투자자(FI) 유치를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컨소시엄 구성뿐 아니라 인수대금을 지급할 주체도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도 쌍용차 주식을 취득할 컨소시엄 구성원으로 에디슨모터스와 에디슨EV만 명시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 컨소시엄에서 사모펀드 키스톤PE가 빠져나갔고 사모펀드 KCGI는 쌍용차 지분율 확보나 자금 대여 등 투자 방식을 확정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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