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SH 사장 한국일보 인터뷰]
"종부세는 실패... 세금으로 집값 못 잡아"
"3기 신도시 아파트, 건물만 분양해야"
대통령 선거 승패를 가른 주된 요인은 부동산 민심이었다. 특히 서울의 성난 부동산 민심은 진보 표밭이던 수도의 민심(18·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연속 승리)을 보수로 돌려세우는 데 촉매제 역할을 했다.
'공급 드라이브'를 통해 평균 시세 12억 원을 훌쩍 넘어선 서울의 아파트값 거품을 빼겠다고 나선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김 사장은 24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초등학생도 알 수 있도록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있다”며 “6월 지방선거 전후에 3억 원짜리 25평 아파트를 분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운동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출신의 부동산 전문가인 그는 “문재인 정부는 집값 잡는 시늉만 했다”면서 “1년 전 반값 아파트를 약속해놓고는 의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축비를 충분히 들여 100년 넘게 쓸 가장 좋은 품질의 아파트를 서울에 공급해 민간업체와 경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사장과의 문답.
_매달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있다.
“25평 아파트는 건축비가 3.3㎡(1평)당 600만 원씩 1억5,000만 원 든다. 30평 아파트(평당 700만 원)는 2억 원이면 짓는다. 국정감사를 해도, 소송을 해도 분양원가를 알려주지 않았다. 시민이 주인이다. 주인에게 알리는 건 기본인데 여태껏 안 했다. 31일에는 내곡지구 분양원가를 공개한다.”
_반값 아파트를 언제 볼 수 있나.
“엄밀히 말하면 반의 반값이다. 토지는 빼고 건물만 분양하는 아파트다. 25평 아파트를 3억 원에 분양할 생각이다. 올 상반기에, 6월 전에 시작하려 한다.”
_6·1 지방선거 이전에 가능한가.
“그 전후가 될 것이다. 반값 아파트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4 부동산 대책에서 약속했다.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공급을 안 한다. 대통령 임기가 아직 남았고 윤석열 당선인도 약속했으니 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_반값 아파트 취지는 좋지만 개인 간에는 사고팔 수 없는데.
“토지가 포함되면 거래가 가능한데 건물만 사면 왜 제한하나. 돈 없어서 건물만 산다고 거래 못 하게 하면 맞는 일인가. 2·4 대책에 200만 호 공급한다면서 끼워 넣기로 건물만 분양한다고 해놓고 왜 하지 않나. 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_반값 아파트 주변 주민들은 집값 떨어진다고 반대할 텐데.
“국토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는 평당 600만~800만 원이다. 우리는 ‘서울형 건축비’로 평당 900만~1,000만 원씩 들여 짓는다. 그렇게 좋은 아파트가 들어오는데도 동네 집값 떨어진다고 싫어한다면 어떻게 하겠나. 온 동네 집값을 다 올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_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한다면.
“지난해 7월 만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터졌을 때다. 윤 당선인은 노무현 정부 2기 신도시 개발 당시 공기업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를 직접 수사했다. 부패를 수사해 부패의 뿌리를 제거하는 건 자신 있다고 했다. 양보다는 어떤 질의 주택을, 어디에, 얼마에 공급할 지가 중요하다. 대통령 의지가 있다면 문제 해결은 어렵지 않다. 정책 방향이 경기부양이나 업계를 향하는지, 아니면 무주택자·청년·서민을 향하는지가 다를 뿐이다.”
_문재인 정부 집값은 왜 불안했나.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어떤 경험과 철학, 생각과 의도를 가졌느냐에 달렸다. 집값 잡는 척만 했다. 그런데도 경제부총리가 몇 년째 자리를 지켰다. 두세 달에 한 번씩 집값 대책 발표하는 부총리가 열 번, 스무 번 실패하면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닌가. 임명권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새 정부도 마찬가지다.”
_새 정부에서 집값은 안정될까.
“지금보다 더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제가 맞고 다 옳다는 게 아니다. 약속했던 것들은 지켜주면 좋겠다. 특히 압도적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지금이라도 그동안 무엇을 잘못했는지 찾아서 해야 한다. 가령, 3기 신도시를 일시 중단시켜 아파트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재검토하고 LH 분양원가도 공개할 수 있다.”
_종합부동산세는 필요한가.
“종부세는 틀렸다. 이명박 정부에서 종부세를 노무현 정부의 반 이하로 낮췄는데도 집값은 떨어졌다. 세금을 깎아 떨어진 건 아니지만, 서로 직접적 관계가 없다는 의미다. 노무현 정부는 집값 잡겠다고 세금 높였어도 집값이 올랐다. 문재인 정부는 종부세율을 2~5배로 높였는데 집값이 떨어졌나. 더 올랐다. 관료와 정책 책임자의 실패다.”
_당선인이나 새 정부에 건의한다면.
“할 말이 많다. 무엇보다 3기 신도시 공급계획과 방식을 바꿨으면 좋겠다. 분양원가 정보도 공개해야 한다. 공개하면 문제가 드러난다. 문제를 모르면서 대책을 세우면 부작용이 생긴다. 투명하게 드러내야 정확한 치료가 가능하다. 서울, 경기, 성남, 인천 등 지방에 개발공사가 몇십 개 되는데도 대통령 직속으로 LH를 뒀다. 주택보급률 50~60% 때 만든 LH가 110% 넘은 지금도 존재한다. 그렇다고 집 걱정 없는 나라가 됐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