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막 올리는 국립현대무용단의 '몸쓰다'
예술감독에서 안무가로 돌아온 안애순 인터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우리 몸을 움츠러들게 했다. 활동 반경 자체가 좁아졌고 악수하고 포옹하는 인사 방식을 꺼리게 됐으며 마스크 속으로 표정도 숨어버렸다. 몸이 갇혀 버린 상황에서 우리는 온전한 소통을 할 수 있을까.
국립현대무용단의 신작 '몸쓰다'는 이런 시대적 문제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안무가 안애순은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팬데믹 시대에 잃어버린 몸의 접촉에 대한 기억, 감정, 정서 등을 우리 안에서 끄집어내서 우리 몸을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작품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소통하며 긍정적 감정을 경험했던 몸의 기억을 하나하나 살려내 무용을 통해 재구성했다. 그렇게 창작한 몸을 무대에 선보인다. 곧 관객에게 현재 자신의 몸과 삶을 반추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 속 '쓰다'는 사용하고 또 기록한다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안애순은 과거에도 몸에 새겨진 기억을 꺼내는 방법으로 춤을 활용했다. 그는 "사회, 외부 환경에 길들여져 양식화(유형화)된 우리 삶 속에서, 지워진 몸속의 감정과 기억을 춤을 통해 표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전작 '평행교차'가 이를 시간 기준으로 풀어냈다면, 이번엔 좀 더 구체적이다. 한 개인을 확대해 들여다본다. 무의미하게 반복하는 행동을 보고, 그것이 어디서 온 몸의 움직임인지, 실제 이 몸(사람)이 추구하는 방향은 어디인지 등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래서 무용수 11명은 비슷한 분위기로 연결된 춤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모두 각자의 몸을 다른 표현 방식으로 써 내려간다. 슬픔과 불안감을 가진 인물, 몸을 소진하는 인물, 창작하는 인물, 모방하는 인물, 문화적 인물 등 각 무용수가 보여줄 인물의 캐릭터는 다채롭다.
이번 공연에는 조명 디자이너 후지모토 다카유키와 임선옥 디자이너, 무대 디자인 김종석, 작곡·사운드디자인 피정훈이 참여했다. 특히 무대 디자인은 극장의 모든 장치, 상하부 무대와 턴테이블 등을 모두 움직여 공간을 변화무쌍하게 활용하면서 관객과 무대의 거리를 좁히는 데 집중했다.
2016년까지 3년간 국립현대무용단에서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활동한 안애순은 "나와 내 작품을 객관화할 수 있게 된 시간"으로 당시를 회고했다. 무용계 환경 개선이나 젊은 작가들의 발굴·성장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도 성장했다는 의미다. 그는 "안무가들은 자기 예술 세계에 많이 빠져 있다"면서 "(단장으로 지내면서) 관객을 대하는 태도, 사회적 이슈와 관객 개인 이슈 간의 접점을 찾는 방식 등을 한발 물러서 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개막 전이지만 '몸쓰다'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4회차 전석이 매진되면서 공연장 3층 객석을 추가로 열었다. 안애순은 초보 관객에게 감상 도움말을 알려 달라는 요청에 "몸(무용수) 하나하나가 자기의 역사, 정서 등을 표현해서 느낌이 모두 다르니 그것을 즐기는 마음으로 보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공연은 4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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