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말기 안시성의 성주였던 양만춘은 645년 당 태종에 맞서 안시성을 지켜내며 제1차 여당전쟁을 승리로 이끈 인물이다. 그러나 정작 역사에 양만춘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안시성 전투를 제외한 모든 것은 미상으로, 양만춘이라는 이름 역시 16세기 중국 소설에 최초 등장한 가공의 이름이다.
김풍길의 역사소설 ‘황금삼족오’는 안시성주 양만춘의 일대기를 상상력을 덧대 복원한 작품이다. 고구려 무려라성에서 태어난 양만춘이 구국영웅으로 성장해 역대 최강의 중국황제인 당 태종과 고구려의 명운을 걸고 결투를 벌이는 과정을 원고지 6,600매(전 5권)에 걸쳐 그린다.
소설을 쓴 김풍길 작가는 25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역사상 유일한 제국을 이뤘던 고구려의 영광을 양만춘이라는 인물을 통해 재조명하고 싶었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김 작가는 1990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금융연수원 법률교수를 지냈다. 2000년 퇴임 후 도서관에서 고구려와 수당 간의 70년 전쟁을 다룬 책을 읽던 중 양만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본래 고구려 역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고구려 구국영웅 중 한 명이었던 양만춘에 대해 특히 관심이 가더군요. 안시성주였단 것 외에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신비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소설로 풀어낸다면 자유롭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 김부식의 '삼국사기'를 비롯해 중국의 '수서', '구당서', '신당서', '자치통감', 일본의 '고사기' 같은 역사서뿐 아니라 당시의 역사, 문화를 다룬 오늘날의 연구 성과를 모두 검토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중국의 입장에서 쓰인 기록이었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중국 자신들의 승리는 크게 기록하고, 패한 것은 작게 감춰 뒀어요. 숨겨진 우리의 승리를 찾아내는 데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여러 기록 중에서도 특히 자부심을 갖는 것은 5권에 등장하는 '연산관 싸움'이다. '자치통감'에는 요동성을 점령한 당나라군이 동쪽으로 진군해 한창 백암성을 공격하던 무렵 연산관 협곡에서 고구려 장수로부터 창에 찔렸다는 정도의 기록만 남아있다. 그러나 그는 "실은 이곳에서 대대적인 싸움이 있었으며 고구려가 승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마추어 역사 연구자이자 소설은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 초짜였지만 20년간 양만춘 소설 집필에 매달렸다. 그 결과 처음에는 한 줄도 제대로 쓰기 어려웠던 소설을 5권으로 완성하게 됐다. 그는 "고구려는 다민족을 끌어안고 통치한 한반도의 유일한 역사"라며 "공화정 국가이기도 했고, 오늘날과 무척 가까울 정도로 열린 사회였다"고 했다. 이어 "위대한 고구려의 영광을 책으로나마 재현하려 한 이 시도가 젊은 사람들 가슴에 자존심을 심어 준다면 다행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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