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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사는 길

입력
2022.03.28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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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이상돈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文정부, 진보개혁 의제 집착하다 실패
민주당, 이념 고집하면 계속 필패할 것
합리적 대안정당 환골탈태만이 살 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록 근소한 차이이기는 하나 야권의 승리로 끝난 이번 대선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전임 대통령이 독선과 아집으로 탄핵을 자초한 후 통합과 소통을 내세우며 집권한 문재인 정권은 5년 만에 똑같은 이유로 심판을 받았다. 문재인 정권은 인사와 정책 등 모든 면에서 통합과는 반대로 갔고, 심지어 선거를 앞두고 세금을 올리는 '만용'을 보이더니 결국 국민의힘에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선거는 상대방의 실패에 힘입어 승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재인 대통령도 그러했고 윤석열 당선인도 그 점에선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실패에 힘입어 당선된 대통령은 전임자의 길을 답습하기 쉬운데, 이 점에서 새 정부의 앞날도 낙관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진보 개혁' 세력이 내세웠던 여러 의제를 실행으로 옮기다가 결국 모든 데서 실패하고 말았다. 소득주도성장, 공수처 설치와 검찰개혁, 탈원전, 정당명부제 선거, 부동산 세금 인상, 자립형 고교 폐지 등 진보 정체성을 들고 추진한 정책의 결과는 참으로 초라하다. 개혁이란 미명하에 국가 정책을 이렇게까지 몰고 가는 경우는 요즘 찾아보기 어렵다. 무리한 정책 드라이브가 정권교체 심리를 조장했으니 그야말로 자업자득이었다.

대통령제 국가에선 대통령이 속한 정당과 의회의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정당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속한 정당과 의회의 다수당이 다른 '분리된 정부' 현상이 흔히 발생했지만, 미국 정당은 당론에 따라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대화와 타협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미국 정당도 파당성이 심해져서 사안마다 두 정당이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프랑스에선 대통령이 속한 정당과 의회의 다수당이 다른 경우에 '동거 정부'를 구성해서 국정을 원만하게 이끌어 갔다.

21대 국회 임기가 아직 2년이나 남아 있다. 앞으로 2년 동안 대통령과 민주당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가 당면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내각에 참여하는 통합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솔직히 그것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작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했고, 6월 지방선거에도 승리가능성은 매우 불확실한데, 결국 그들이 무모하게 추구했던 '교조'적 정책 때문이다. 민주당이 이런 입장을 과감하게 폐기하지 않는 한 통합정부는커녕 국정 운영 자체가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민의힘이 비록 정권을 장악했다고 하나, 솔직히 이번 정권창출 주역들의 면면을 보면 앞서 실패한 두 정권에서 익숙하게 보던 그 사람들이다. 또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 등으로 볼 때 새 정권이 원만하게 국정을 운영할지도 알 수 없다. 사실 다수 국민이 국민의힘을 지지한 것은 이들이 대단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무리하게 저질러 놓은 것들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향후 정국의 변수는 민주당이 변해서 윤석열 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이념이란 낡은 빗자루를 붙들고 버틴다면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 2년 동안 심각한 곤란에 처하겠지만, 결국 민주당은 선거에서 패배하고 또 패배하는 길을 걷고 말 것이다. 반면 민주당이 정권의 권력 남용과 불법 비리를 감시하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으로 거듭난다면 정국은 달라질 것이다. 토니 블레어가 '제3의 길'을 내걸고 당대표가 되기 전, 영국 노동당은 선거만 하면 패배하고 또 패배해도 자기들의 길을 굳건하게 갔었음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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