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아르바이트 여대생 숨지고, 행인 중상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 검찰·피고인 항소 모두 기각
"유족 큰 고통, 죄책 무거워...원심의 양형 판단 적절"
게티이미지뱅크
새벽에 음주 상태에서 차를 몰고 가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 중이던 여대생을 치어 숨지게 한 뒤 달아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자신의 범행을 숨기려고 차량 블랙박스까지 제거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최형철)는 2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8)씨 항소심에서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사람들이 많이 다닐 수 있는 곳에서 제한속도를 과도하게 넘기고 신호까지 위반해 사망사고를 낸 뒤 도주한 것도 모자라 증거를 인멸하려고 해 살인에 준하는 범죄로 보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며 "원심도 이런 부분을 고려해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양형은 적절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7일 오전 1시 30분쯤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과속(시속 75㎞)해 지나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대생 B씨와 다른 행인 C씨를 들이받은 뒤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B씨는 30m 가량 튕겨져 나가 숨졌다. 대학 졸업을 앞둔 B씨는 가족과 떨어져 대전에서 혼자 지내며 아르바이르를 하다 귀가하던 중 변을 당했다. C씨는 갈비뼈 등이 골절되는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다.
A씨는 사고 직후 4㎞ 가량 도망치다가 유성구 구암동 도로 옆 가로수를 들이받은 뒤 차량이 멈춰서자 범행을 감추기 위해 차량 블랙박스를 떼어낸 채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그 죄책이 무겁고, 유족들의 고통은 어떤 방식으로도 표현하기 어렵다"며 "범행부터 이후 정황까지 모두 엄벌 필요성이 높지만 동종범죄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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