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1년도 못 버티는 위험가구만 27만 가구
정부 "대출지원 연장"에도 부채 10조 증가 전망
가계·기업 빚, GDP의 220.8%… 사상 최대
장사를 해 돈을 벌어도 빚만 늘어나는 자영업 가구가 80만 가구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쪼그라든 소득을 빚으로 충당하기 위해 이들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만 177조 원에 달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만기 연장 등 정부의 금융지원마저 끊길 경우,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의 대출 부실 위험이 급격하게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 2년... 적자가구 금융부채 2년 새 43조 원 급증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2년 3월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금융부채를 보유한 자영업 가구 중 적자가구(소득보다 대출금을 포함한 지출이 더 많은 가구)는 약 78만 가구로 전체 자영업 가구의 16.7%를 차지했다. 이들 적자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177조 원에 달했는데,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지난 2년 사이 43조 원 가까이 급증한 규모다.
자영업 적자가구 중에서도 당장 끌어올 수 있는 금융자산으로 적자를 버틸 수 있는 기간이 1년이 채 안 되는 이른바 '유동성 위험가구'만 27만 가구로 추정됐다. 이들 가구의 금융부채는 2020년 3월 대비 약 13조 원 늘어난 72조 원에 달했다. 업종 중에선 대면 서비스 비중이 높은 숙박 음식 및 교육업에서 유동성 위험가구 증가세가 뚜렷했다.
최근 정부가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대출지원) 조치를 올 9월까지 6개월 추가 연장한 가운데, 한은은 유동성 위험가구의 금융부채가 지난해 말 대비 최대 10조 원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출 지원 연장으로 당장 큰 고비를 넘겼더라도, 매출 부진이 계속된다면 빚만 불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모든 금융지원 정책이 종료된다는 가정 하에선, 금융부채가 적자가구는 최대 58조 원, 유동성 위험가구는 최대 41조 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 금융지원 장기화되면 "부실 누적 가능성 커"
한은은 자영업자 취약차주(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우려했다. 취약차주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은 2019년 말 10.6%에서 지난해 말 12.1%로 상승한 상태다. 특히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 등이 끝난 뒤 정상화 과정에서 부실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대출금리까지 상승세를 타면 상환 부담이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정부의 금융지원이 장기화되면 잠재 부실이 이연 누적되는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며 "잠재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대출 비중이 높은 금융기관은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을 통해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기업 부채를 합친 것) 비율은 220.8%로 직전 분기보다 0.3%포인트 올랐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가계부채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1.7배에 달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대책 등으로 최근 대출 증가세가 둔화됐다지만, 여전히 소득보다 빚이 훨씬 더 많다는 얘기다. 한은은 향후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가계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경우 부실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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