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 신분 한국 지도자와 통화는 처음
尹 '동맹강화' 기조에 대미 경도 예방 제스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르면 25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한국의 대통령 당선인 신분과 통화를 한 전례가 없어, 동맹 중심 외교를 강조해 온 윤 당선인 측에 '한중관계 관리' 필요성을 내비친 유화 제스처로 해석된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4일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당선인이 이번 주 시 주석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25일 전화 통화 일정을 잡아둔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당초 '전화 외교'에 비교적 인색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등 서방 지도자들이 상대국 지도자와 수시로 통화하는 것과 달리, 최고 지도자 간 통화 형식에 상당한 의미를 두는 중국의 무거운 외교 관례 탓이다.
물론 5년 전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을 때 시 주석은 축전을 보내 축하한 데 이어 이튿날 전화 통화를 했다. 하지만 이 당시 문 대통령은 이미 현직 대통령 신분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변수로 정권교체기 없이 곧바로 취임했기 때문이다. 공식 취임 이전 단계인 윤 당선인과의 일정이 시 주석으로선 호의를 보인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이면에는 중국이 차기 한국 정부의 대미(對美) 경도 가능성에 대한 강한 경계심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윤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으로 이뤄진 다자협력체제 쿼드(QUAD) 동참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 강화 등 중국 견제 성격이 포함된 공약을 내걸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일본에서 열리는 쿼드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할 경우 역대 가장 빠른 한미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 때문에 윤 당선인과 미리 소통의 기회를 앞당겨 관계설정에 나설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통화와 관련해 중국 측이 적극성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가뜩이나 외교적 고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미 간 움직임이 빨라지니, 중국도 이례적으로 기민하게 움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시 주석은 11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통해 윤 당선인에게 전달한 축전에서 "한국 측과 함께 수교의 '초심'을 굳게 지키고 우호협력을 심화할 것"이라며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촉진해 양국 국민에게 복지를 가져다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중관계를 놓고 변화보다 '안정'에 무게를 둔 것으로, 이번 통화에서도 올해가 수교 30주년임을 주목하며 양국 관계를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 불발된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이 다시 추진될지도 관심사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시 주석이 방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한중관계의 큰 반전과 동력을 제공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중국으로선 수교 30주년을 맞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불거진 한국 내 반중감정을 누그러뜨릴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의 전격 방한은 이를 위한 '빅 이벤트'로 손색이 없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넘게 시 주석의 해외 방문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이번 통화에서 명시적인 방한 약속이 나오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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